친해질 것 같지 않은 사람과 친해질 때의 기분은 묘하다. ‘오 의외로 잘 맞는데’로 시작한 마음은 자그마한 공통점도 큰 발견으로 이어지며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 그녀가 그랬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녀는 감성적이고 정에 이끌리는 나와는 맞지 않을 거라 여겼다.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사무적인 말투와 적당한 거리 유지, 예의 바르지만 곁을 내어주지 않는 사람이 그녀였다. 종종 마주칠 때도 그는 살갑지 않았고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물론, 내 쪽에서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서로 너무 달랐으니까. 우연한 기회에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게 비슷했고, 그걸 시작으로 회사에서 가끔 마주치면 한두 마디 정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한두 마디 나눈다고 해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그녀였기에 카페에 앉아서 대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다 만나면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늦은 퇴근길 우연히 만나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는데, 한번 터진 수다는 멈출 줄 모르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회사 이야기부터 최근에 고장 난 자동차 이야기 그리고 얼마 전 산 블라우스까지 대화주제는 무궁무진했다. 아직도 말할 에너지는 충분했지만, 식당은 문을 닫을 시간이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는 지금처럼 늦은 시간이 아니라 일찍 만나서 놀자고 약속했다.
누군가와 ‘다음에는 일찍 만나요’라고 말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다음을 기대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