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민 Nov 07. 2024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는 길

점심시간, 커피를 사러 나왔을 때만 해도 날이 따뜻했다. 퇴근시간이 되고 날이 저물자 어디서 불어온 바람인지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옷깃을 여며보아도 찬 기운이 옷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잔뜩 움츠려든 어깨에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찬바람 부는  걸으면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머리를 헝크는 바람은 그런 기분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머리칼을 정리하다 보면 쓸쓸함은커녕 정신이  빠진다. 혹여나 불어온 바람에 눈에 티끌이라고 들어갈까 실눈을 뜨고서 걷는데 이럴 때는 제발 누군가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란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실눈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그렇지만, 바람이 앞에서  때면 머릿속에  잡생각을 싸악 날려주는  같기도 하다. 바람을 맞으며 한걸음 내딛다 보면 조금 쌀쌀해도 상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걸을 때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어느새 제법 쌀쌀해진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날씨가 제법 차가워졌네’하고 생각하며 주변을 보니 발밑에 나뭇잎에 꽤 많이 떨어졌다. 모르는 사이 가을이 훌쩍 왔나 보다. 아직 푸른 잎이 남아있는 나뭇가지와 노랗게 색이 바래 나뭇잎이 뒤섞인 나무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떨어진 나뭇잎이 말라 바스락 소리를 내면 겨울이 시작될 텐데, ‘겨울이 오기까지 부지런히 걸어야지’하는 생각을 하며 다음 걸음을 내딛는다.

이전 13화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행복해하며 걷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