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
유치원생 아들이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섯 종류의 쿠폰을 주었다. 그리고는 이 쿠폰들 중 하루에 세 가지 쿠폰을 한달동안 사용가능하다고 설명해주었다. 어떤 종류의 쿠폰들이 있나 살펴봤더니, 뽀뽀해주기, 안아주기, 어깨 주물러주기, 심부름 시키기, 청소하기 라고 적혀있는데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이 다섯가지 쿠폰들 중에서 기분에 따라 세 가지를 골라서 시켰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빼놓지 않고 꼭 사용했다. 그 쿠폰은 바로 안아주기 였다. 동생의 쿠폰 발급에 초등학생 누나도 자극을 받았는지 같은 쿠폰을 발급해서 손에 쥐어주는 걸 보고 참 귀엽다고 느꼈다.
한달동안 매일 안아주기 쿠폰을 사용했더니 안아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인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걷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아이를 안아주는 것은 놀이의 일부일 경우에만 일어나던 일이었다. 모험심이 강한 딸은 항상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고, 높이 오른 상태에서 뛰어 내릴 때 내가 받아주는 걸 좋아했다. 이제는 안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서 놀 수 있게 되어서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드문 일이 되어가던 중이었는데, 자체 발급한 쿠폰 덕에 다시 아이를 안아주게 되었다.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있으면 서로의 온기가 전달되고 포근함은 여운으로도 남는다. 말보다 더 강한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다.
안아주는 것은 특히 아이에게 더욱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꼭 안아줄 때 아이의 정서도 발달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의 두뇌활동도 활발해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루마니아의 국영 고아원의 사례이다. 1960년대 루마니아의 대통령은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구증가 정책을 실시했다. 한 가정당 많은 자녀를 낳도록 하기 위해 자녀 수가 4명 미만인 가구에는 세금을 추가적으로 걷는 정책이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사회 전체적으로 크게 나타났는데,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했고 많은 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국가는 국영 고아원의 설립을 늘렸는데 그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고아원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음식과 잠자리만 제공되었을 뿐, 어떤 정서적 돌봄도 받지 못했다. 당시 고아원의 아이들은 울더라도 어느 누구도 안아주지 않았는데, 만약 우는 아이를 안아주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가 울더라도 그냥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울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금방 익혔고, 대신에 고아원에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차별적인 호의'를 보이게 되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 주위로 모여들고 매달리며 어리광을 부렸는데 얼핏 귀엽게 보이는 이런 행동들은 사실은 감정적 무시를 당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그들만의 대응전략이라고 한다.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 교수인 찰스 넬슨 박사는 그의 연구에서 날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온 생후 6개월에서 3세 아동 1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뇌 발달을 평가했다. 이 아이들의 평균 지능은 60-80 사이였는데, 이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고 그들은 언어습득 능력이 매우 낮게 평가되었다. 아이들의 뇌전도 측정 결과는 아이들이 일반가정에서 양육받은 아이들에 비해 뇌의 신경활동이 매우 낮은 것을 보여주었다. 어린 자녀들일수록 사랑이 충만한 양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희망을 품을 만한 것은 비록 그런 환경에 놓여있던 아이들이라도 사랑이 충만한 양육환경에서 돌봄을 받게 되면 다시 회복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양육 환경은 부모가 매일 수시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는 행동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아이를 안아준다는 것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는 자녀들을 안아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는데, 아이들이 아빠가 언제나 너의 편에서 함께 한다는 의미가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루마니아의 고아원 이야기를 접하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아무도 안아주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어느 누구도 자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 슬펐다. 안아준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내가 너를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결코 버리지 않겠다
안아주는 것이 뇌발달을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삶에는 잘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좋은 줄 알면서도 잘 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쿠폰 사용 기간이 지나서 안아주기 쿠폰을 더이상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실 안아주는 것은 쿠폰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쿠폰 덕분에 매일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었다. 지금도 퇴근 후 집에 오면 아이들을 안아준다. 말로 전하는 마음과 함께 아빠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안아주는 것을 통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항상 너희들 편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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