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함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단어가 있다. 어쩌면 모든 해야 할 일에 대해 경계해야 할 단어이기도 하다. 그것은'내일'이라는 단어다. 내일은 금방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실상은 결코 다가오지 않을 말이다. 우리가 내일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늘 하루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오늘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당장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이것을 실천할 계획을 세웠는데,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오늘 남은 하루동안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준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보통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 잘 준비된 마음 상태에서 새로운 하루와 함께 시작하고 싶어서 '내일부터 꼭 실천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곤 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면 시작부터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좋은 시작에 대한 과대망상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곤 했었다. 이런 생각이 강할수록 '내일'부터, '다음주부터', '다음달부터', '다음학기부터', '내년부터' ...... 이런 식으로 기한이 늘어나기 일쑤가 되고 어렵게 마음먹고 하다가도 실천 초반에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다음'부터 이러면서 스스로에게 유예권을 주기 시작했다. 이렇다보니 나는 새로운 다짐에 대한 계획을 언제 할지 계획하게 되었고, 실제로 실천으로 지속되는 것이 잘 안되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 중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시작에 대해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 말과 함께 반드시 강조해야 할 점은 내 생각에 '끝이 아름다워야 시작도 아름답다' 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아름다운 끝이란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냐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꼭 완벽한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많이 오해하고 힘들어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 지금이 점심시간 때건, 퇴근할 때건, 잠자리에 들기 전이건 상관없다. 독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바로 책을 펴서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생각하는 나중은 없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쉽게 하면서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행을 해 본 나라 중에 한번의 여행으로 가장 오랜기간 머물렀던 나라는 이집트였다. 나는 2007년 봄, 약 3달 동안 이집트를 여행했었다. 여행의 주제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었는데,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의 위아래로 하는 여행이 첫번째였고, 사하라 사막을 거쳐 시내산에 이르는 이집트의 좌우로 해보는 여행이 두번째였다. 알다시피 나일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알려져 있고, 이집트 남단의 아스완에서부터 케나, 룩소, 카이로, 알렉산드리아에 이르는 도시들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집트 서쪽에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으로 알려진 사하라 사막의 '시와(Siwah)' 오아시스를 방문했는데, 처음 본 오아시스는 내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오아시스는 내 느낌에 바다와 같았다. 사막에서 그토록 많은 물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집트의 동쪽으로는 성경에 나오는 시내산으로 알려졌던 Mt. Sinai 까지 방문하였다. 그리고 이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집트 사람들의 아주 독특한 성향을 알 수가 있었는데, '부크라', '인샬라'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들의 문화였다.
이집트 사람들과 약속을 할 때, 그들이 위의 두 단어 중 하나를 사용한다면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부크라는 이집트 말로 '내일'이다. 그들과 내일 무엇을 하기로 약속하고 다음날 만나면 또다시 '부크라' 라는 말이 되돌아 올 때가 많다. 내일 한 약속은 내일이 되면 다시 내일 하기로 약속을 한다. 그리고 다시 그 내일이 되면 또 내일 하기로 약속을 한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거기다 더 부당하게 느꼈던 것은 '인샬라' 였는데, 이 말의 뜻은 대략 '신이 허락하신다면' 이다. 그들은 약속을 잘 하지만 그 약속을 이행할지는 신의 뜻에 맡기는 것이다. 곧 지키지 않더라도 신이 허락하시지 않았다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례로 명백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 사고 역시 신의 뜻이었다는 의미의 '인샬라' 라는 말로 의사가 자신의 실수를 신의 뜻으로 돌렸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진짜 과장없는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부당한 것이다. 갑자기 이집트의 문화까지 말하는 이유는 내가 당장에 실행할 수 있는 일을 놓고 시작하기를 미루고 계획하기를 계획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기 위함이다. 독서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지금' 이다. 이건 독서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나중은 없다. 나의 수많은 과거 경험을 통해 내 자신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면 '지금' 바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