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Sep 06. 2019

맥락이 가장 중요하다

단어보다 의미가 중요하다

  나는 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올 때가 있다. 다른 이들도 이런 경험을 흔하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핸드폰을 찾으면서 열쇠가 어딨냐고 말하기도 하고, 사람 이름도 바꿔 부르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뜻의 말을 그게 맞는 줄 알고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 딸과 아들의 이름을 가장 많이 바꿔 불렀을 것이다. 심지어는 다른 집 아이에게도 우리 딸 이름을 부른 적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실수한 말에 대해 수치스러워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 상황에서 말이 잘못 나왔지만 바로 인지하고 바로잡았으며 진짜 몰라서 그랬을 경우에도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대화에서는 곧바로 수정할 수 있어서 그저 한번 웃고 말 정도의 일로 여기면 그만이다. 



  독서를 할 때도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가 어색하고 잘못 사용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속으로 '저 단어는 이 부분에서 사용하면 이상한데?' 라고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고 넘어간다. 어색한 표현 가운데서도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글이 나타내는 일차적인 의미를 생각하지만, 문장이 아닌 문단 또는 그보다 더 긴 글을 읽을 때에는 문장간의 관계와 문단끼리의 연결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저자가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주의하면서 맥락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명백하게 저자가 글을 잘못 썼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을 때는 이전부터 계속 전개된 이야기의 흐름에서 이탈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조금 이상한 글을 만났을 때, 불쾌함이 생기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오용된 단어 때문에 글이 안 읽히는 경우도 있고, 글이 너무 길다거나 한 문단이 너무 많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오탈자가 많이 보이는 책을 읽을 때 그런 피로감을 느낀다. 그렇더라도 상대적으로 사소한 그런 결함들 때문에 책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단어의 사용에서 어색함을 느꼈다면, 국어사전을 꼭 찾아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어사전에는 다양한 예문들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글을 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나는 단어의 뜻을 대충 알고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그래서 스스로도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도 잘 못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관한 책을 봐뒀는데 가까운 시일 내로 꼭 읽어야겠다.




  맥락은 보통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에서 주로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비문학 작품에서도 맥락은 중요하다. 특히 저자가 어떤 비유를 사용하여 자신의 특정 주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자 할 때,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해버리고 그 주장에 대한 반론만 생각나게 된다. 나는 그래서 저자의 주장에 대한 의도와 그 주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여 선을 그으려고 노력한다. 많은 경우, 그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고 대치되는 사례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 감안해서 보려고 하는 것이다. 독서는 글자의 뜻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도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 







photo by Simon Wilkes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지극히 개인적인 별점 5개 책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