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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Sep 09. 2019

애착이 가는 물건이 없다

사탕을 씹어먹듯이

  사탕을 먹는 방법은 두가지다. 살살 녹이거나 아그작 씹거나. 오늘도 점심시간이 약간 지났을 때, 졸음이 오는 오후 2시쯤 옆자리에 계신 연구원께서 사탕을 건네주셨다. 처음 보는 영국제 사탕이었다. 나는 사탕을 입넣고 처음에는 그 맛을 좀 느끼다가 이내 바로 아그작 씹어 먹었다. 나는 늘 그랬다.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는 시간은 1분이 안 걸린다. 어느 정도 맛을 느끼면 그냥 부숴버린다. 내 생각에 뭔가를 빠르게 소비해 버렸다는 쾌감을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래 사용한 것보다 빨리 써버릴 때가 더 뿌듯하다. 그러다보니 물건에 애착 같은 게 생길리가 없다.



  우리 장인어른은 나를 뛰어 넘으신다. 입 안에 들어간 사탕은 바로 가루로 만드신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사탕을 빨리 소비해버릴 때 놀라지 않았다. 이미 전부터 많이 봤던 장면이었으니까. 사탕처럼 다른 물건들도 나는 빠른 시간에 사용하고 없애버린다. 공부할 때 사용한 노트나 메모지, 포스트잇, 그리고 필기구들은 금방 써버리고 버린다. 그동안 아꼈던 물건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낀 게 없었던 것 같다. 써서 없애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많은 물건들을 정리해서 처분해왔다. 특히 많은 종류의 전자제품들이 처분 대상이었다. 오래 사용할 생각으로 구매했어도 실제로 오래 가는 물건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버릴 수 없는 대상, 즉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Nagesh Bad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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