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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11. 2023

겨울에 만들어 먹는 '당근 칼국수'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예전에 맛있게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끔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그옛날 홍두깨로 밀어서 대형 원판을 만들어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내시던 엄마의 모습은 예술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칼국수를 먹고 자랐다 그땐 먹을 것이 지금처럼 하지 않았던 때라서 호박 듬뿍 넣고, 콩가루 넣어서 칼국수를 만들어 주시면 구수한 꿀맛이었다 바삭하게 구워주시던 국수꼬리는 또 다른 과자처럼 맛있었다

그 옛날 칼국수는 담백하게 간을 했을 뿐, 뭔가를 많이 가미하지 않았다 그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지금의 밀가루와 많이 달랐던 것이고 기본에 충실했던 맛이었다

                (당근 칼국수 만드는 법)

    칼국수 만들기는 종갓집 종부 엄마가 하시던 그대로 만드는데 밀가루 반죽만큼은 엄마와 다르게 한다 밀가루를 좀 더 건강하게 먹으려고 밀가루 반죽을 할 때, 나는 특별하게 다른 방법으로 반죽을 한

'당근과 양파'를 믹서기에 갈아서 그 물로 반죽을 한다

당근과 양파는 곱게 갈아야 하고 4인분에 당근 2개, 양파 2개 갈면 된다

건새우, 다시마, 건멸치... 육수를 내고, 칼국수에는 호박이 부드럽게 어울려서 호박이 꼭 들어가야 하고, 다른 야채는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넣으면 된다

청양고추를 좀 넣으면 칼칼하고 더 맛이 있다

국간장과 참치액과 소금을 적당히 넣어서 간을 맞춘다

 반죽 색깔은 당근 물이 들어서 깔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되고 아주 예쁘게 맛있는 빛깔이 된다 당근에서 색깔이 국물에도 엷게 우러나와서 더 예쁜 색이 된다 건강하게 밀가루를 먹을 수 있고 그래도 하얀 밀가루보다는 조금은 건강한 맛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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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국수를 막 집어넣고 끓이려던 찰나에 전화가 걸려왔다 친하게 지내는 작가 부부가 우리 집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며, 밖에서 잠깐 커피 한잔 할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마침 칼국수를 먹으려고 상을 차리려던 참이어서 잘 됐다 싶어서 잠깐 들어오라고 했다 아직 점심 전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바빠졌다 얼떨결에 손님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음식이 요리되고 알맞은 시간에 먹야하는 '맛있는 시간'이 있다 그 타임에 딱 맞춰서 우리 집에 온 것처럼 그 시간을 아주 잘 맞췄다 워낙 음식을 푸짐하게 양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4명이 먹어도 되는 칼국수의 양이라서 다행이었다

다들 칼국수가 색깔이 특이하고 맛있다고 하고 먹는 내내 화제 되었 모자라지도 않고 딱 맞는 양이라서 더 맛나게 먹었다 칼국수에 당근을 예쁘게 물들였을 뿐인데, 모두 생각의 발상이 좋았다며 한참 칼국수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약간의 변화에도 감동을 하고 작은 나눔에 기분 좋아하고 소중한 마음이 함께 할 때 서로에게 통하게 된다


    오랬만에 만난 중년의 부부들이 모여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와 요즘 이슈가 되는 관심사가 화제였다 다들 이야기 속에서 살아온 만큼 무게가 느껴졌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미래에는 계획과 약간의 불안과 모험이 함께 들어 있었다 모두 삶에 만족하면서도 약간의 염려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섭리가 아닐까 싶다 다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계획하는 걸 보면 값지게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잘 살아가려고 고민하는 중년들의 삶이 그리 가볍지 않음을, 나이를 더하는 것에 따른 무거움일 것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이 시대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편안하고 여유로움이 더 많다는 것은 잘 살아온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저번에 만들어 놓은 들깨강정과 홍삼정과와 간단한 다과를 앞에 두고 맛있게 나누는 이야기는 달콤했다 한껏 마음 놓고 터지는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 퍼졌다

진심으로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요즘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인데, 얼떨결에 손님을 치르고, 모처럼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이야기 속에 진심이 가득 들어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했다


    당근 칼국수 때문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손님 대접을 하고, 시간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라서 좋았 칼국수에 예쁘게 물들인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 곱게 물들이면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소담스럽게 한 무더기 들꽃이 피어 있는 걸, 

그 순간 행복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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