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작가에게 물었다.
"잘된 작품을 읽고 나면
저자와 작품을 동일시하잖아요.
정작 저자를 만나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조금 유감이에요"한다.
당돌한 질문 같기도 하고
작가가 웃으며 답을 한다.
"우리가 그 작가를 존경
할 필요는 없어요"
부연 설명 없이
비교적 짧은 답이라서
놀랐다.
그 말 안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는 듯.
책을 읽은 것이지
저자를 읽은 것이 아닌데
우린 종종 착각에 빠진다.
글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오목경인 경우도 있지 않는가.
이를테면 작가가
까칠할 줄 알았는데 수더분하고,
달변가인줄 알았는데 수줍음 많고,
때론 출판기념회에서 말을 이어가는
맥락이 매끄럽지 않은...
글과 쓰는 사람은 닮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책 한 권을 읽고 저자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착각을 한다.
책 한 권을 내가 선택한 것이고
정신은 온통 빼앗기며 읽어낸 것이라서
기대심리가 크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그 작가의
책 쓰는 자아만 만났을지도 모른다.
평소에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를 만나게 되면
핑크빛 기대심리가 있다.
아마도
"기대"라고 하는 것은
세상 모든 일에
살짝
부풀려 있는 것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