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하는 후배

항암의 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중

by 현월안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건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해서 병원에 입원을 해 보았다면

'병원 밖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병원 밥을 먹어 본 사람이면 드는 생각일 것이다 내 몸에서 크고 작게 탈이 나기까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이 있지만 건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세상 속에서 보통사람의 삶은, 내 몸을 살펴야 하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촘촘하게 짜여진 틀에서 틈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세상을 힘껏 틈 없이 다들 촘촘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던 후배에게 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암의 성질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며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이제 나는 어떡하지!' 모든 걸 놔버린 듯, 얘기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후배와 함께 학원가에서 치열하게 불꽃을 튀겼다 첨예하게 쇠덩이를 달구며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벼랑으로 치닺듯이 살았다 그것은 마치 없던 것을 만들어 내야 하고, 되게 만들어야 했다 자칫 고3의 한정된 시간이 블랙홀에 빠져, 결과의 참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동지만이 아는 시간이다 무거운 찰나의 시간들과 그 삶을 아는 사람, 그 '무거운 책임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컸었다 누구보다도 아끼는 마음으로 병원을 자주 찾아가서 위로하고, 빨리 털고 일어나자고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했었다


웬만큼 시간이 지나고 항암 이후 처음으로 병원 밖에서 후배를 만났다 위험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나고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감사의 신호였다 여러 차례의 항암 치료를 거치면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을 보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진한 안쓰러움과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 어찌 이런 시련이...' 후배를 마주하고 아픈 통증이 저릿하게 밀려왔다 그 혹독한 항암을 어떻게 견뎠을까?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통증의 순간들과, 세상에서 혼자인 것처럼 주어진 혹독한 시간들을 어찌 이겨냈을까? 아마도, 벼랑 끝에서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과 고통이 섞이어 혼절하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찌, 나의 진심을 다해 위로를 해도, 홀로 암과 마주하며 그녀가 견뎌낸 시간을 온전히 위로할 수 있을까? 아마도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맡기 듯, 그저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듯이, 언젠가는 강 어느 기슭에 닿으리라는 생각처럼, 온전히 그녀가 믿는 하나님에게 의지한 듯 담담해 보였다


지루하고 혹독한 항암도 이젠 끝자락에 와 있다는 듯이,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나의 간절한 마음이겠지만 살포시 여유로운 그녀의 미소가 보였다 그래도 아직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테고, 새털처럼 가벼워진 체중과 보이는 실루엣이 가벼워진 백조 한 마리처럼 핏기 없는 하얀 모습을 하고 있다 서로가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힘에 이끌려서, 그 순간은 마치 환자가 아닌 것처럼, 긍정의 마법을 걸고 우린 아늑한 한정식 식당에서 맘껏 그때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느새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자라서, 삐죽이 나오고 다시 예쁜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생기가 도는 것을 보니, 항암의 그 지루한 8부 능선쯤은 지나고 있구나 '이젠 살았구나!' 싶었다 꼼짝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인생의 쓰디쓴 이야기와 감사한 이야기로 우린 두 손을 맞잡고 실컷 울었다 세상 행복한 것처럼 눈물을 찍어내며 웃었고, 이제는 덤으로 삶을 얻은 것처럼 '그래! 잘 견뎠어!'라고 여러 번 돼 물으며, 촉촉한 눈빛으로 서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속도로 살아가고,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다 서로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도 귀한 일이다 오랜 세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고민하고 아픈 것은, 내가 고민하는 것이고 내가 아픈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