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벼락이 치던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도시의 정전

by 현월안



비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그 순간, 우르르 쾅쾅


하늘은 분노의 창을 뽑아 들었다
번개는 말보다 빨리
도시의 심장을 정통으로 찔렀다
전신주 하나가 쓰러지고,

도시 전체가 숨을 멈췄다


마치 도시의 눈동자가 감기듯이

암전, 모든 전자음이 침묵했다
기계의 심장이 멎는 순간,

문명은 한순간에 껍질뿐이다

빛은 사라지고, 소음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오로지 무거운 침묵이다


문명의 하나가 꺾였을 뿐인데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이야
견고하고 단단하던 도시는
순간, 쉽게 멈췄다


정전은 단지 전기의 끊김이 아니다

세상과 나 사이에 놓였던

얇은 막이 찢어지는 소리다

나를 나답게 만들던 것들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 작은 존재다

자연이 허락한 틈새 안에서

연기처럼, 소리처럼, 가볍게,

잠시 존재할 뿐이다


도시의 정전은 많은 것을 말한다

편리함은 얼마나 취약한가,

의존은 얼마나 깊은가,

그 속에서 나는 얼마나 낯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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