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자식을 향해 방아쇠를

천륜은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

by 현월안


남자는
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천륜의 끈이 끊어졌다


젖은 손으로 잡던 작은 손
걸음마를 딛던 아들의 뒷모습
가족의 언저리에 남은 웃음소리,
생일날 가족을 갈라놓았다


총을 든 아버지, 피 흘린 아들.

문명의 근간을 되묻는 질문이다

도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식을 낳은 자는 신의 일을 하였거늘


우리는 오래도록 믿어왔다

천륜이라 불리는 그 보이지 않는 질서를,

하늘이 내린 도리,

감정과 이성이 함께 만든 틀을

천륜은 총구 앞에서 무력했다


비극은 멀리 있지 않다
밥상머리의 침묵,

술잔 아래 묻힌 감정,
한 번도 진심으로 불리지 못한 이름들,

모든 것이 쌓인 억눌린 말들,

반복된 침묵,

사랑이라는 이름의 명분,

그리고 아버지라는 역할의 중력.

그 모든 것들이

그의 손을 대신 당겼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왜 그리도 잔혹할까

가장 가까운 관계가, 증오의 통로가 될까

우리는 지금 누구를 잃은 것인가

한 명의 아들인가, 아니면 모든 아버지인가


이 비극은 개인의 타락이 아니다.
관계의 실패이고, 윤리의 붕괴다
피로 나눈 사랑이 반드시 선하다는
오랜 환상이 무너진 것이다

사랑은 무거운 책임을 요구한다
책임이 외면될 때,
그 사랑은 가장 날카롭게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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