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쪽의 기억

쇼핑몰 전산 오류

by 현월안



온라인 쇼핑몰에서 흰 티 세장을 샀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물건이 또 왔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흰 티 세장을 주문했지만,
내게는 아홉 장이 더 온 셈이다


무심히 열어본 상자에서

잠깐, 아주 짧은 찰나
내 안에서 무언가 속삭인다

'이건 시스템의 실수겠지?'

욕심은 말없이, 달콤한 귓속말로
이성의 벽을 두드렸다


순간,
아들이 곁에 있다가
"그거 기록에 다 남아요"

"바로 전화 올걸요"
말보다 더 무거운 시선으로

칼처럼 들어와 사정없이 친다

무의식적 탐욕과 의식적 양심을
정확하게 올려놓는다


양심이란
무게 없는 듯 보이지만
사람을,

짓누를 수 있는 가장 무거운 것.


세상은 종종

거울 대신 우연으로 사람을 비춘다

누구의 눈치도, 판단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을 스스로 드러낸다


누구도 보지 않을 때

욕심은 늘 달콤하고, 양심은 늘 조용하다

끝내 남는 것은 양심 쪽의 기억이다


쇼핑몰에 사실을 알렸다

관계자는 오류인걸 모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회수해 가겠습니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가장 작은 결정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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