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맛 속에서 명랑해지기 위해
싸구려 커피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오래된
여름방 한쪽으로 흘러간다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달라붙던 소리,
누군가 흘려둔 기타의 울림,
낡은 노트에 뒤섞여 있던 낙서,
'싸구려 커피'를 들을 때마다
그 시대의
바닥 냄새를 떠올린다
눅눅한 장판, 담배 연기,
낡은 소파의 기울어진 팔걸이,
무심코 떠 오른다
누군가에겐 그게 절망의 기호였고,
웃음의 재료였고
오래된 청춘의 배경음악이었고,
고시원 반지하의 무기력한 노래였다
같은 멜로디, 같은 가사, 같은 음정이
어떻게 서로 다른 풍경을 불러오는가
그것은 공유하는 것이 아닌,
나눠 가진 다른 삶의 층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품은 그리움은
모두의 것은 아니라는 것,
추억은 언제나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감정의 저변은
평평한 대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싸구려 커피'를 가끔 듣는다
그 쓴맛 속에서 명랑해지기 위해,
미지근함 속에서
뜨겁던 청춘의 기척을 듣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싸구려 커피를 회상할 때,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추억은 나를 가두는 울타리인가,
바깥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창문인가
그런데
노래는 창문이어야 한다고
누군가에게는 무기력의 풍경,
다른 이에게는 유쾌한 웃음이 되더라도,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우울과 명랑 사이에서 흔들리게 되고,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게 된다
싸구려 커피의 한 모금은
각자 서로 다른 쓴맛을 남기지만,
그 다양함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백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