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웃음이 묻어나는 추석
내일이 추석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다시 한번 달빛이 온 세상을 감싸는 날이 다가왔다. 오늘 하루 종일 분주했다. 갖가지 전을 부치고, 나물을 만들고, 탕국을 끓였다. 냄비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부엌 안에는 기름 냄새와 웃음 냄새가 섞였다. 손으로 전을 뒤집을 때마다 문득문득 지난 세월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코로나가 오기 전, 김천 시댁은 명절마다 사람 냄새로 가득했다. 시부모님을 중심으로 시 작은아버님과 시사촌들이 모여 북적였던 그때는 사람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이들 뛰노는 발자국, 주방에서 들려오는 도마 소리가 어우러져 따뜻한 웃음이 되었다. 그때는 일이 참 많았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재료를 다듬고, 전을 부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느라 몸은 고단했지만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정이 참 포근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웃음이 한번 터지만 집이 들썩거렸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세월이 흘러, 시부모님은 연세가 드시고, 사촌들은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다. 코로나 이후, 서로 왕래가 힘들 때부터 맏이인 우리 부부가 제사를 가져왔다. 우리는 서울에서 단출하게 제사를 지낸다. 우리 부부와, 그리고 아들과 딸. 그래도 음식의 가짓수만큼은 예전 그대로다. 정성을 들여 정갈하게 음식을 만들고 식구들이 맛있게 잘 먹는 것을 준비한다. 상 위에 차곡차곡 올려질 음식을 정성 들여 준비해 두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또 자연스레 변해가는 것도 있다. 한때는 북적임이 행복이었고, 지금은 고요하고 평온이 곁에 있다. 예전에는 가족을 위해 분주하게 일하며 맏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넘어 가족의 온기를 이어가는 우리 가족의 시간이 되었다. 세월은 사람을 다듬고, 역할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
우리 가족이 거실에 둘레 앉아 예전에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던 떠들썩했던 그때를 회상하곤 한다. 우리 아들과 딸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던 그때가 좋았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좋은 기억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를 보고 그저 웃는다. 그저 눈빛만 봐도 가족은 마음이 통한다. 가족의 행복은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그 순간에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 있음의 고마움이다.
하늘은 흐리고, 오늘 밤 보름달은 구름 뒤에 숨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그 달에게 마음을 건넨다.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우리 가족의 평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달빛은 늘 머리 위에 떠 있다. 구름에 가려 있을 뿐, 사라진 적은 없다. 삶도 그렇다.
언제나 명절은 가족을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날이다. 그 중심에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다. 부엌 창가에 걸린 달빛 한 조각이 흐릿하게 거실 유리 벽에 떨어진다. 그 빛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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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명절 북적임은 이제 추억이 되었고, 오늘의 고요함은 감사가 되었다. 추석은 기억과 감사가 만나는 날이다. 정상을 드려 음식을 만들며 떠올린 수많은 얼굴들, 흩어진 가족들에게 내일은 안부를 전해야겠다.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잘 지나온 시간과 서로를 품어온 시간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의 이름으로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