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새로운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았다.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희망을 가르치고 함께 배우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조금 이르게 교직을 내려놓고, 여유 자금으로 크고 근사하게 커피숍을 열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희망적이었다. 은은한 원두 향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지인들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웃으며 인사하던 그 시간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옆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섰고, 손님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월세는 매달 빠짐없이 나가고, 인건비와 고정지출은 점점 불어났다. 적자가 나기 시작했고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깊은 주름이 드리워졌다.
살다 보면 새로운 것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달콤한 기대, 권태를 달래줄 듯한 새로운 유혹이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는 때로 너무 쉽게 다가와, 쌓아온 세월의 무늬를 단숨에 지워버리기도 한다. 한때 돈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이젠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예상치 못한 낭떠러지로 이어질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용기의 방향이다.
흔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용기라 말하지만, 사실 더 큰 용기는 오래 해온 일을 지키는 데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무너지고 싶을 만큼 힘든 날에도, 다시 일어나 그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다.
그녀가 교사로서 살아온 세월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실수에 웃어주고, 수없이 반복된 수업 속에서도 배움을 새롭게 만들어온 시간이었다. 그것은 단단한 결을 품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이지 않는 힘으로 쌓여온 인생의 무늬였다. 그 무늬에는 비바람이 스며 있고, 실패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눈물의 농도가 짙게 배어 있다. 바로 그 숨결은, 오래도록 잘 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힘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무너지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그 말은 무너지지 않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고, 오히려 수없이 흔들렸으나 끝내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삶은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부러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다. 그 견디는 시간, 그 버텨낸 결이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브랜드가 된다.
어떤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햇살이 맑고, 세상이 손뼉 칠 때는 누구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진짜는 비가 오는 날 드러난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모든 것이 흔들릴 때 끝내 자리를 지키는 것. 패배했어도 다시 일어나고, 길이 막혀도 돌아서서 또다시 길을 찾는 일. 그가 끝내 자기만의 단단한 무늬를 만든다.
요즘 누군가의 성공을 볼 때마다 화려한 순간보다 그가 견뎌온 시간을 먼저 떠올린다. 한 사람의 이름이 오래 남는다는 것은, 그가 긴 세월 동안 무수한 파도와 비바람을 견뎌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세월은 한 사람의 삶에 깊이를 새겨주는 연마의 과정이다.
어쩜 모두 오래도록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다. 글을 쓰는 일이든, 아이를 돌보는 일이든,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남보다 빨리가 아니라 나답게 오래 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갈 수 있는 일만이 나의 브랜드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세상 그 어떤 로고보다 깊고 진한, 나의 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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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눈앞의 성과가 더디더라도 괜찮다. 남들보다 늦는 것 같아도 괜찮다. 오래도록 잘할 수 있는 일을 붙잡고 있다면, 그 길은 나의 이름이 되고, 그 이름은 언젠가 꺼지지 않는 빛이 되어 남는다. 인생의 격은 빨리 피는 것이 아니라 오래 남는 것이다. 잠시의 화려함보다,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를 남기는 삶이 진짜 내 길이 아닐까 한다. 커피숍을 하던 그녀는 2년 남짓 그 화려함을 이제 정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