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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의 세상

삶은 살얼음판과 같다 더 높이 설 수록 얼음 두께는 얇다

by 현월안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무대 한가운데 서는 꿈을 꾼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자리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는 삶.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는 진실을 종종 잊는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이름이 알려지는 일이다. 수많은 시선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는 일이며, 그 무게가 때로는 삶의 축을 흔들어 놓는다.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유명 인플루언서... 그들은 알려진 존재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대중은 그들의 재능과 빛을 사랑하지만, 또 아주 작은 실수에도 차가운 비난을 던진다. 그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인간 세상의 구조다. 누군가를 높이 올려 세우는 순간, 대중은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끌어내릴 준비를 한다.



오래전, 함께 논술을 가르치던 동료 한 사람을 기억한다. 그녀는 특별한 실력과 미모, 추진력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유명 학원에 스카우트되어 수십억의 연봉을 받으며 명성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학원가에서는 신화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 자리는 누구나 꿈꾸는 절정의 자리였고, 그녀는 그 정점을 밟았다.



명성은 날개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엔 비수가 숨어 있다. 한 번의 실수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거칠게. 쏟아낸 학생 비하발언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타고 번졌다. 손 쓸 겨를 없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 순간의 경솔함이 그녀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녀의 한 순식간에 포털 검색어가 되었고, 대중의 손가락은 그녀를 향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그 높은 자리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그녀의 소식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그때의 사람들과 오랜 시간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녀의 이름을 꺼낼 때마다, 남는 것은 안타까움과 조용한 침묵뿐이다.



명예는 축복이면서도 형벌이 된다. 유명세라는 말은 어쩌면 세상이 만든 가장 교묘한 세금일 것이다. 박수를 받을수록, 환대를 받을수록 더 많은 책임과 감시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종종 지나치게 무겁다.



누군가는 말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감내해야지" 하지만 인간이 실수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누구도 실수 없이 완벽할 수 없다. 다만 유명한 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할 뿐이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온 사소한 실수들을, 그들은 세상 앞에서 발가벗고 견딘다. 알려진다는 것이 때론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알려지지 않는 삶, 이름 없는 하루가 오히려 큰 자유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기준에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나인 채로 숨 쉬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삶일지 모른다.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자유를 원하면서도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자 한다. 환호 소리에 가슴이 뛰고, 인정받는 순간 비로소 내가 확인되는 듯한 기분. 인간은 그렇게 갈망과 두려움 사이를 흔들리며 살아간다.



삶은 살얼음판과 같다. 더 높이 설수록 얼음 두께는 얇다. 그렇기에 더욱 천천히, 조심히, 그리고 겸손히 걸어야 한다. 내 이름이 비록 작을지라도,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작은 삶 속에도 진실한 존엄이 있다.



누군가는 손뼉 치는 자리에서 빛날 것이고, 누군가는 이름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 있느냐다. 인간은 모두 책임을 지고 태어난 존재다.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름이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았든, 삶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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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 이름을 기억하느냐보다, 내가 내 삶을 따뜻하게 기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빛 아래에 서든, 빛 밖에 서든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용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삶의 깊이이고, 책임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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