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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부드럽게 이어주는 서울속삭임

서울의 지하철은 달리고 또 달린다

by 현월안




서울은 늘 분주하다. 그리고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서울은 생각보다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도시다. 빠르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지하철이 그 넓음을 지탱한다. 촘촘히 바둑판처럼 얽힌 지하철의 도시 서울이다.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지하철에 몸을 싣고, 그 속에서 저마다의 세상을 펼친다.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알림을 쏟아내는 스마트폰을 보며, 창밖으로 잠시 스치는 한강의 반짝임과 그렇게 지하철은 도시에 기대어 하루를 이어간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창 너머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가득 메우는 차들을 바라볼 땐 그 풍경이 장관이다. 서울은 펄펄 살아 있음이라는 말이 선명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 그 거대한 서울이 수많은 희망과 분주함으로 움직인다.



지하철 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불청객이 있다. 안내방송이다. 목적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서비스지만, 가끔 그 목소리는 귀에 스피커를 대고 울리는 듯 크고 날카롭다. 바퀴와 레일이 부딪치는 쇳소리와 섞이면, 그건 잠시 소음 교향곡이 된다. 양쪽 귀를 두 손으로 막아야 되고, 그 속에서 마음도 잠시 움찔한다. 도시의 속도에 맞춰 살아내기 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소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지하철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최고다. 정확한 도착 시간과 깨끗한 실내 환경이 최고다. 앞으로는 주변 소음에 따라 음량을 조절하는 기술을 접목시킨다고 하니까 언젠가는 지하철 안내 방송이 더 온화한 소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모든 불편은 말 그대로 귀여운 불만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지하철이라는 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다. 먼 곳을 빠르게 갈 수 있고 또 비용이 싸다. 그리고 안전하게 연결해 주는 서울의 혈관 같은 시스템이다. 승용차가 필요 없을 만큼 서울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지하철의 연결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고, 꿈과 일상을 이어준다.



지하철 안에서 모두 서로를 닮아 간다. 각자의 피곤을 감추고, 무언의 예의를 지키며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는 조용한 연대가 있다. 가끔 눈을 들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면, 다들 자신만의 삶을 품고 하루를 건너고 있는 얼굴들이다. 모두가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바라는 것도 힘겨운 것도 닮았으므로 그 공간에서는 위로가 된다.



서울의 지하철은 익숙함 속에 모두의 일상이고, 서울의 손길이다. 때로는 시끄럽고 붐비지만, 그만큼 살아 있는 공간이다. 불편조차 정이 되고 소음 속에서도 감사가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또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지나왔고, 또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까.



서울의 지하철은 또 달리고 달린다. 거대한 서울을 가만히 품으며, 나의 또 다른 하루로 데려간다. 소음이 잠시 귀를 흔들어도 속도와 편리함이 주는 감사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그 길이, 언제나 따뜻한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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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도시 서울을 살아 낼 수 있는 것은, 빠르게 흐르고 부드럽게 이어주는 지하철의 속삭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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