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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Jul 15. 2016

허허 할아버지

 나는 25년을 살아오면서, 나에겐 없는 Y염색체를 가진 생명체들과 친하게 잘 지낸 적도 많지만, 그에 비례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그들에 대한 공포나 혐오감을 느낀 적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 경비실 할아버지 같은 분들은 내가 그 사람을 경계했다는 게 미안해지게끔 만드신다. 늘, 경비실 유리문을 두 번 두드리고 무뚝뚝한 얼굴로 들어서며 "저, 택배 찾으러 왔는데요."하는 내게 꼭 농담 한두 마디씩 던져주시며 결국에는 나도 할아버지 얼굴을 보며 미소 지을 수밖에 없게끔 하신다. 농담이랍시고 무례한 언사로 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어른들도 많은데, 참 감사하다. 택배 세 상자를 안고 4층 계단을 오르며 우리 경비실 할아버지가 참 멋지고 좋은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세상에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본인들만 재밌고 남들은 불쾌한 농담을 취미로 일삼으며 낄낄대는, 낄낄 아저씨, 낄낄 할아버지들은 정말 밉지만-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주시는 허허 할아버지들은 언제봐도 사랑스러우시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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