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만하면 괜찮은 남자지."라는 말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들려서 프로예민러로서 글 하나를 또 쓰기로 했다. 얼른 쓰고 마지막 남은 인강 1개를 들으러 가야 하는 관계로 글이 매우 조급할 수 있다.
우선, 남자 여자 문제에서 나는 성별을 지우고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말이 권한다는거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이 서른이 넘은 사람이, 같이 사는 동거인이 몇 달 동안 혼자 집안일을 하는걸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동거인이 불만을 표출하자 "나는 네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라고 얘기한다면 다들 속이 좀 뒤집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째 요즘 사람들은 '사람'을 '남자'로 바꾸면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는 거다. 아주 가까운 예로 우리 어머니께서는, 아버지보다 돈도 잘 버시면서,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신다. 음식을 하는 것도, 음식을 치우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빨래를 개는 것도 다 하신다. 그러면서 싫은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신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아버지 정도면 괜찮다고 하신다. 아버지보다 더 심한 사람도 많다고 하시면서. 나는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아버지보다 못한 놈이 쓰레기인거지, 인간이라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라는 존재는 범죄자만 아니면, 일베만 아니면, 심하게 나쁜 놈만 아니면 괜찮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성별을 떠나서 한 명의 성인에게는 요구되는 성숙한 인간성의 정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여자에 비해 남자에게 그 잣대의 기준이 많이 낮아 보여서 참 안타깝다. 그래서 분명히 괜찮은 남자친구, 남편이 아닌데도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라고 자기 위안하며 계속해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는 게 안타깝다. 아 물론 과거의 나도 그랬다. 그 점이 제일 안타깝다.
여성들이여, 깨어나시오! 라며 훈계하려는 건 아니다. 감히 내가 뭐라고. 남자들, 너네가 잘해!라고 쪼아대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
요즘도 이런 글 쓰면 뭐, 메갈이라느니 꼴페미라느니 난리던데- 저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부르신다면 그 호칭 달게 받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집의 집안일 분배에 관해선 제가 몇번 난동을 피우면서 나름대로 가족 구성원들간의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