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스로의 느낌에 충만하기를

시선에서의 자유로움에 대하여

by ㄹㅏㅇ

아빠가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저녁때 무렵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 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 옆에는 같이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서 있었는데, 그중에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가 유독 시선을 끌었단다.


언듯 보기에도 커다란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있던 그 사람은, 듣고 있는 음악이 신이 났던지 몸을 들썩이며 흥이 난 듯 보였어. 주변 사람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을 따라 부르듯 허밍을 흥얼거리고 있었단다.

허밍으로 부르는 그 소리는 그다지 시끄러운 건 아니었어. 도로 위의 소음 속에 잔잔하게 흘러 퍼지는 수준으로 옆에 가까이 있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만큼의 크기였지만, 함께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했었지.


처음 아빠가 그 사람을 바라보던 시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당연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그랬던 게 사실이다. 조용한 실내는 아니었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인데 혼자서 저렇게 눈에 띄는, 일종의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그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단다. 딱히 아빠에게 어떤 피해를 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부정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뭔데 저렇게 튀는 거지?'라는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이들의 시선 역시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더구나.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면서 자기 흥에 취해 몸을 흔들면서 허밍을 부르던 그 사람을 다들 한 번씩 흘깃흘깃 쳐다보곤 했었지.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야.


당시의 아빠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이던 중년의 남자는, 아빠와 같은 방향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어. 신호를 기다리는 내내 아빠처럼 흥얼거리던 여성을 힐긋힐긋 바라보던 그 사람은, 이내 신호가 바뀌자 종종걸음으로 길을 건너갔지. 허밍의 그녀는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걸음이 좀 늦었는데, 앞서가던 중년의 그 남자는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그녀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려줬어. 딱 한마디와 함께.


굿~! 노래 좋네요!


분명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 한마디를 끝으로 중년의 남자는 돌아서서 자기 길을 걸어갔고, 허밍의 그녀 역시 밝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로 인사를 받아주곤 끝이었지.


짧은 시간에 스쳐 지나가던 그 풍경에, 아빠는 많이 놀랐단다. 중년 남자의 행동을 보면서 아빠의 행동을 많이 반성했어. 단순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빠는 특이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던 거야. 아마도 그 생각의 근원에는, 아빠에게 '특이한 행동을 해서 남들과 다르게 튀지 않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던 거라고 본다. 그게 설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었고, 또 같은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게 일종의 강요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을 했어.




요새 너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으면 흥에 겨워서 몸을 들썩이더구나.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

<악어떼> 음악이 들려올 때면, 너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급히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어가더라.


아마도 어린 시절의 아빠도 그랬을 것 같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그 모습을 너에게서 다시 보고 있다.

그런 너의 모습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아빠가 노력하고 있는 건, 너와 함께 그 순간을 즐기는 거란다.


흥겨워하는 너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손뼉 치고 웃음 지으며 또 해보라고 권하는 모습에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를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있더구나. 아빠의 기억 속에는, 어느샌가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었다. 그래서 언제가 부터는 어른들이 음악을 들려주면서 춤을 춰보라는 요청이 몹시 부끄러워 싫어하게 되더구나.


그래서 요즘 아빠는, 네가 춤을 출 때 같이 춤을 추고 있단다.

네가 노래를 부를 때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악어떼> 노래가 나오면 너와 함께 거실을 기어 다니고 있단다.


신이 나면 춤을 추고-
기분이 좋으면 소리도 지르고-
들려오는 음악이 마음에 다가온다면,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스스로 느끼는 그 감정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자라는 세상에선 남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빠도 그때 횡단보도에서 만났던 중년의 남성처럼 되기를 노력할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천 번의 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