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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ug 17. 2021

왜 소주 광고는 맥주 광고보다 섹시한가?

모델과 커뮤니케이션

‘소주 광고를 보면 연예계 대세가 보인다’라는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혹시 들어본 적이 없어도 일단 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만큼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들이 각 소주회사의 광고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요. 특히 맥주나 위스키 등 다른 주류광고와 비교하면 이런 경향성은 매우 두드러집니다. 소주광고에 특급 여자 연예인을 기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물론 회사나 상품의 이미지, 모델로 인해 연상되는 감성적 키워드, 또는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여 파생되는 화제성 등 소주회사들이 여자 연예인을 기용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자 연예인 모델이 갖는 강력한 주목도이지요. 생각해보면 여러분의 기억 속 소주 광고는 대부분 음식점 내 벽면 어딘가에 있는 포스터일 것입니다. 구매 결정이 일어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구매 직전에 고객의 주목을 끌며 해당 소주 브랜드를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상대적으로 상품마다 맛의 차이가 확연한 맥주나 위스키와는 달리, 소주의 맛이라는 것은 사실 일부 매니아 층을 제외하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평소 A사 소주를 즐겨 마신다 해도 B사 소주를 마시자고 했을 때 굳이 반대할 소비자는 많지 않지요. 이런 경우 구매 결정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강력한 주목을 끄는 광고는 구매 상품을 바꿔놓을 수 있는 대단히 효과적인 판촉물이 됩니다. 늘 A사의 소주를 마시던 고객도, ‘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B사 소주를 선전하네?’ 하며 B사의 소주를 한 번 마셔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특히 소주의 주 소비층인 남성들의 시선을 단번에 끄는 광고가 무엇일지는 꽤나 명확합니다.


사람이 광고에 들어가면 사람을 보게 된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강력한 주목을 끈다'라는 점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광고가 있고, 때에 따라서 모델, 즉 사람이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얼굴이나 손 등 신체의 일부만 나오거나, 전신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언제나 모든 사물에서 사람 혹은 사람처럼 생긴 것에 주목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성의 돌멩이를 사람 얼굴인 것으로 착각할 만큼 우연한 그림에서도 어떻게든 사람의 형태를 찾아내곤 하지요. 이런 효과는 광고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사람 얼굴이 광고에 나오면 광고에 대한 주목도, 즉 주변의 다른 것보다 해당 광고에 더 집중하게 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특히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모델, 여성 혹은 섹스어필 등은 주목도를 크게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지요. 일반적으로 소주 광고 포스터에서 상품 사진보다 모델 사진이 더 크게 구성되고, 다른 술 광고와 달리 모델의 표정이나 배경 같은 요소가 배제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델을 십분 활용하여 주목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소주 광고 포스터의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연예인만 기억에 남았어요

이렇게만 들으면 대체 왜 다른 주류회사에서는, 아니 심지어 다른 모든 업계에서는 소주회사와 같은 전략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목도가 높은 광고라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물론 예산이나 상품의 이미지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광고내의 메시지 우선순위 때문입니다. 광고가 주목을 끄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마케터에게는 광고 모델보다 자신의 상품, 그리고 그 광고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광고를 본 100명이 모두 광고를 본 사실은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 광고가 무슨 상품을 선전하는 것인지,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한 명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광고는 하지 않은 광고와 마찬가지이지요. 광고에 모델이 들어가면, 광고를 보는 소비자의 주목은 광고 안의 다른 무엇보다도 모델에 쏠리게 됩니다. 신체 부위보다도 얼굴에, 그리고 유명하고 아름다운 모델일수록 더욱 주목이 집중됩니다. 즉, 모델을 기용한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광고 안에 큰 장애물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뛰어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에 실패하면 모델만 기억에 남고 무엇을 팔려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 광고가 되는 것이지요.


15초의 광고 중 채 1초가 안 되는 이 컷에서, 이렇게나 아름다운 아이돌의 표정에 집중하지 않고 주변의 텍스트나 로고로 눈을 돌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모델을 기용하는 것은 광고를 기획할 때 매우 유용한 전술입니다. 쉽게 주목을 끌 수 있기도 하고, 또한 다른 방법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모델의 얼굴 표정이나 대화를 통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칼을 사용할 때는 손이 베이지 않게 주의해야 하듯, 자신이 기획한 광고의 날카로운 칼날에 자신이 베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여러분은 왜 여러분의 광고에 그 모델을 기용하셨습니까? 그 모델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그 메시지는 광고와 모델을 통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습니까? 특급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도 된다는 승인이 떨어진 후에도 마케터의 고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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