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의 지혜 Dec 29. 2022

아침 7시.


  하얗게 눈이 내린 곳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꼭 잡고 서 있습니다.

여자아이는 손에 두툼한 분홍색 장갑을 끼고, 분홍색 잠바에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 스키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목도리는 둘둘둘 말아 눈만 빼꼼히 나와 있고 여자아이의 앙증맞은 볼도 발그스레한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꼭 잡은 엄마 손을 놓더니 아무도 밟지 않은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를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눈 밭 위로 아이의 발자국이 '콕콕콕' 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이는 뛰기 시작합니다. 뛰다 일부러 눈 밭 위로 넘어집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이 엄마가 재빨리 다가가 아이를 일으키고 잠바를 '툭툭' 털어 줍니다. 아이는 재밌는지 그런 엄마를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눈 위에 눕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7시입니다. 밤사이 눈이 소복이 내렸습니다. 아이는 창밖으로 눈 쌓인 놀이터를 보자마자 옷을 가지고 나와 엄마에게 입혀 달라며 졸랐습니다.


  춥다며 말리는 엄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울며 불며 떼를 씁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를 이기지 못합니다.

  부시시한 얼굴, 퀭한 눈, 푸석푸석하고 건조한 메마른 입술, 정말 나가기 싫다는 표정을 하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습니다.


  베이지색의 곰돌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수면바지와 목이 잔뜩 늘어난 반팔 티셔츠 위에 모자가 달린 기모 티셔츠를 입고 무릎 아래까지 오는 검은색 패딩 점퍼를 입습니다. 그리고 어그 부츠를 신습니다.

 

  하품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는 늘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잠들면 드라마를 보다 12시가 다 되어야 잠을 잡니다.


  아침 7시 30분이 되니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놀이터는 이제 아이 발자국 말고 여기저기 어른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 볼은 금세 빨갛게 되어 버렸습니다.


  엄마는 아이 손을 끌며 들어가자고 합니다. 아이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휙' 돌아섭니다. 그리고 다시 아장아장 뜁니다. 아이의 코에서 콧물이 주룩 흐릅니다. 아이 엄마가 뒤쫓아 갑니다.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사람들은 무심히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지나칩니다.


  엄마는 아이를 둘러맵니다.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칩니다. 엄마는 아이를 더 세게 끌어안습니다. 드디어 아이가 "으앙" 하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엄마는 빠르게 움직이며 집에 들어갑니다. 집에 오니 이제 7시 40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 엄마는 한숨을 내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