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쓰기

내가 불면증을 대하는 자세.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불면증을 앓은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나의 몸은 늘 피곤하며 무기력감에 늘 괴로웠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의지를 갖고 무언가를 찾아 하지 않으면 금세 우울해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덕에 나는 늘 바빴고, 어둠의 하이에나처럼 일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맸다. 그래서 잠시 잠깐 쉬는 꿀맛 같은 휴식들은 나에게 중독처럼 다가왔다. 어쩌면 단지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일하는 사람처럼 온종일 정신없이 일했다. 또한 그런 날은 잠도 더 잘 오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나는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세간에 떠도는 방법들부터 수면제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다. 예를 들면 베개에 녹차, 쑥 등을 넣기,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 마시기, 목욕, 암막커튼은 기본이고 낮잠은 절대 안 자고 커피도 안 마셨다. 보통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들은 모두 한 번씩 해보았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덕에 신경은 온통 예민해졌다.


'째깍 째깍째깍'


시계의 소리는 점점 압박으로 다가오고 잠을 자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신은 더 혼미해져 갔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새벽 두 시네.'


나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입은 바짝바짝 말랐다. 자려고 하면 할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겨우겨우 어찌어찌 설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침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한편 우리의 뇌는 내가 눈을 감고 있어도 그것을 자는 것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잠을 청하려 눈을 감고 있어도 정신은 말똥말똥해도 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아주 불공평한 일이다. 그래서 그 뒤로 나는 잠을 자려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잠이 안 오면 영화를 보았고, 공상을 했다.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거나 1시간이라도 더 자게 되면 아주 고마운 일이 되었다.

내가 한 방법 중 그래도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강의를 들으면 어느 순간 잠이 들어 있었다. 이 방법이 늘 통했던 건 아니지만 나름 효과는 있었다. 사실 얼마나 공부가 하기 싫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해 창피하기도 하다.


지금도 불면증이 있어 늘 새벽에 잠이 들기 일쑤이지만 예전보단 덜 예민하고 덜 까칠하다. 우리 옛 선조들은 잠을 잘 자는 것도 복 중의 복이라고 했다. 나는 언제 이 복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벽의 또 다른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