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궂은 날씨다. 이런 날 나오는 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다. 난 오늘 아이 학원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했다.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을 40분이 걸렸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도로공사를 한다며 도로 한쪽을 막아 났고, 3중 충돌이 일어난 사고도 목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차에서 기다리는 내내 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광경을 장작 2시간을 보아야 했다.
"젠장, 왜 하필 오늘 치과예약이 있냐고?"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갈수록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우산은 뒤집어지고 차에 브레이크는 제대로 안 걸렸다. 나는 운전하는 내내 온 신경과 세포들을 곤두세워야 했다.
차 문을 여닫을 때마다 쌓인 눈이 후드득 떨어졌다. 어느 집 차인진 모르겠지만 소복이 차 위에 쌓인 눈을 보니 참 난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이 바쁠 땐 그 눈을 보면 욕도 쌍권총처럼 튀어나오겠다 하며 지나쳤다. 뿐만 아니라 음지인 길은 벌써 얼어 걸을 때마다 얼마나 조심조심 걸었나 모르겠다.
이런 날 엉덩방아라도 찧는 날엔 나는 내 나이 먹은 걸 탓하고 투덜투덜 대며 하늘 위에 소리소문 없이 펄펄 내리는 저 하얀 눈을 하염없이 원망했으리라.
나는 아이 치과 치료를 끝내고 그 옆에 있는 초밥집으로 향했다.
"아.. 이 얼마나 근사한 점심인지. 사락사락 내리는 눈을 보며 초밥을 먹다니."
사실은 어제 저번달 알바비가 입금되었다. 그래서 기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일 할 땐 무척 힘들었지만 이렇게 한 번씩 호사도 즐길 수 있어 참을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