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네 엄마들과 모임을 하나 만들어서 종종 몰려다녔다. 어른만 대여섯이고 애들까지 하면 그 수가 상당했다. 가끔 모임 멤버가 아닌 다른 엄마들과 아이들도 왔다. 한번 모이기라도 하면 왁자지껄 아주 이런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모임 이름은 '건전지'였다.
이름을 짓다 짓다 생각이 나질 않아 '건전한 모임'이라는 뜻을 담아 지었던 것 같다.
청명한 어느 가을날이었다.
수영으로 제법 날씬해져 스키니 청바지를 차려 입고 오전 건전지 모임에 나가기 위해 채비를 하였다. 모임 장소는 한 멤버 엄마의 집이었다. 지하에서 그 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었다. 강아지와 그 강아지 주인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타게 되었다.
사실, 난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고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잘 모른다. 개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곤충, 벌레, 동물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혐오하고 그런 건 아니고 단지 무서울 뿐이다.
결혼해서 삼계탕을 해야 했다. 만지는 그 물컹물컹한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지금도 삼계탕은 남편이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개는 목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나한테 오는 거다. 내 발밑에 와서는 주변을 돌면서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 개 주인 여자한테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저.. 목줄 좀 짧게 잡아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그 개 주인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우리 아기가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나요? 당신 땜에 우리 애가 놀라잖아요."
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인가?'
"저.. 그게 아니고 제가 개를 좀 무서워해서요.. 개가 자꾸 저한테 와서요."
"개 싫어하는 사람 치고 성격 좋은 사람 본 적이 없어요."
'아니 이 여자가 대체 뭐래'
"개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다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엘리베이터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 목소리를 들은 모임 멤버들이 하나 둘 나왔다. 불구경 다음으로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고 했던가. 그 개 주인은 마침 옆집에 살고 있었고 같이 내렸다. 우리는 내리고 나서도 한참을 실랑이하다 내 쪽의 숫자가 더 많아지니 그 개 주인은 자기 개를 안고 집으로 쌩하고 들어가 버렸다.
'나 지금 저 개한테 밀린 거야? 나 사람인데?'
정말 어찌나 분하던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개를 안고 타야 한단 말이다.'
나는 왜 이 말이 생각이 안 나서 개한테 밀렸을까?
요즘 개 키우시는 분들이 많다.
집 근처 작은 산을 가더라도 개를 데리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애완견의 배설물이다. 십중팔구 오물을 깨끗이 처리하고 가시는 분들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면서 왜 에티켓은 지키지 않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가끔 뉴스를 보면 개한테 물려 다치기도 하고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아무리 자식처럼 키우는 개일지언정 사람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