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04
냉장고 속에 미처 먹지 못한 열무김치가 한가득이다. 입동이면 김장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여름김치가 남아있으니 큰일이다. 익을 대로 익은 열무김치를 하루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는 미션이 생긴 셈이다. 내년에는 필히 열무를 한 단만 사리라. 이런 다짐도 올해는 늦어버렸다. 그저 빨리 먹어버리는 수 밖에는 없다.
열무비빔밥을 할 때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보리밥이다. 쌀밥으로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왜인지 보리밥이 아니면 어딘가 한구석이 빈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은 보리를 미리 불려 밥을 지어 두었다. 꽁보리밥은 한 알 한 알 씹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쌀과 적당히 섞어서 밥을 지었다.
미리 보리밥을 해두지 못했다면 냄비로 밥을 짓는 20분 동안 재료 준비를 하면 되니 상관없다. 보리밥을 미리 지어 둔 준비된 인재는 10분 만에 한 끼 밥상을 차려냈다. 그것도 미리 끓여 둔 콩나물국과 함께!
재료: 열무김치, 보리쌀, 계란, 고추장, 참기름
1. 보리는 미리 불려 쌀과 함께 냄비밥을 짓는다.
2. 열무김치는 절반은 물에 양념을 헹구고, 절반은 그냥 준비한다.
3. 계란은 기름에 지지듯이 한쪽만 익힌다.
4. 큰 그릇에 보리밥과 열무김치, 계란 프라이를 담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는다.
5. 완성된 열무비빔밥은 잘 비벼 먹는다.
크게 한술 뜨면 빨갛고 자극적인 맛 사이로 참기름 향이 물씬 올라온다. 이 향을 맘껏 즐기기 위해서는 참기름이 부족하면 안 된다. 고추장 역시 충분히 넣어서 약간은 짭짤하게 비벼내야 부족하지 않게 먹은 느낌이 난다. 다른 반찬은 없으니 밥은 많이, 가능하면 계란도 더 많이. 모든 재료를 많이 넣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비빔밥이 된다.
이런 한 그릇이라면 아마도 열무김치가 동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준비된 인재가 10분 만에 차려낸 밥상 덕분에 이 입 안 가득한 만족감을 즐길 시간은 무려 5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