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시작한 주말아침, 나무로 된 식탁에 나와 동생을 앉힌다. 그렇게 기다리면 우리 앞에는 우유 한잔과 양배추 토스트가 놓인다. 사과 슬라이스가 들어간 양배추 토스트와, 엄마의 혼수로 보이는 유리잔에 담긴 우유. 간간히 즐기던 그 시절 브런치였다.
잘 구워진 식빵 위로 슬라이스 된 사과와 계란 물을 입은 채 구워진 양배추를 올린다. 그 위로 케첩을 뿌리고 식빵 한 장을 마저 덮어주면 엄마표 브런치 완성이다. 주말 아침이라지만 새벽같이 일어난 어린이들과 더 자고 싶은 엄마 사이의 신경전이 그 사이로 켜켜이 들어차 있다.
식빵과 양배추, 사과가 한데 모여 아삭아삭 소리를 내는 토스트는 이상하게 우유를 달라고 보챈다. 그 탓에 양배추 토스트를 베어문 첫 입에 우유 한 잔을 비워버렸다. 다음 한 입도 우유 한잔과 함께 마시려다 조금 참고 반잔만 비운다. 누구 하나 말리진 않지만 괜스레 빠르게 비워지는 우유의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는 와중에도 우유는 빠르게 줄고, 각자의 토스트도 부스러기만 남긴 채 사라진다. 아쉬울 것 없이 배부른 아침 겸 점심이다. 브런치가 뭔지 알지도 못했던, 그저 양배추 토스트 한입과 우유 한 잔에 행복했던, 늦은 주말 아침의 나른함을 레시피에 담았다.
컵케이크는 말 그대로 컵 모양 케이크를 뜻한다. 단맛이 기본이 되는 이름이지만, 이번에는 양배추를 주 재료로, 베이컨, 스위트콘을 곁들인 세이보리(짠맛이 나는) 디저트로 변형했다. 브런치용, 혹은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으니 머핀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근데 뭐, 아무렴 어떨까? 한국에서는 그 둘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을 테니, 맛있기만 하면 될 텐데.
양배추는 누군가에겐 환영받는 식재료는 아니다. 특유의 냄새와 섬유질이 느껴지는 식감까지, 썩 즐겁지 않다. 하지만 이 간단한 레시피 하나면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배추와 베이컨은 각각 작게 썰어 팬에 볶는다. 약불에 서서히 익어가다 양배추는 겉이 노릇해지고, 베이컨은 한없이 바삭해진다. 양배추가 오일을 머금는 동안 베이컨은 기름기를 뱉어낸다. 옥수수는 가볍게 물기만 빼서 둘 사이에 살며시 곁들인다.
양배추와 베이컨의 열기를 식히는 동안, 머핀반죽을 만들자. 반죽은 적당히 달콤하게 만들어야 세 가지 필링재료를 한데 잘 어울리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는 우유도 충분히 넣는다. 향뿐만 아니라 촉촉함도 배가 될 수 있다.
너무 차갑지 않게 준비한 재료는 어려움 없이 한데 고루 섞인다. 매끈한 하나의 반죽이 완성되면, 여기에 식힌 토핑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재료의 온도만 잘 맞춘다면, 지금까지의 어떤 레시피보다도 간단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저 잘 섞어주기만 한다면 적당한 온도의 재료가 한데 모여 꾸덕하면서도 부드러운 반죽이 완성된다.
필링까지 가득 들어간 반죽이 준비되었다면 머핀 틀에 유산지 컵을 깔고 반죽을 넣는다. '너무 많이 넣었나?' 싶은 정도라면 딱 맞다. 맛있었으면 하는 욕심에 토핑은 항상 많아지기 마련이고,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부풀지 못한다.
담긴 반죽 위로 마요네즈를 취향껏 뿌려주었다면 구울 준비는 끝났다. 오븐에서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와 온 부엌을 가득 채울 때까지 기다리자. 견디기 힘든 시간일지 몰라도, 유산지 컵 위로 반죽이 봉긋 솟아오르고 껍질이 황금색이 될 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갓 구운 양배추 컵케이크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을 풍긴다. 반으로 가른 속은 양배추 덕분인지 촉촉하고 향긋하다.
그대로 손으로 잡고 한입 베어 물어도 좋고, 위를 케첩으로 토핑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달콤한 반죽과 짭짤한 토핑이 어우러지는 순간은 똑같이 즐거울 테니 말이다.
주말 아침처럼 따뜻하고 노곤한 맛의 양배추 컵케이크는 여전히 브런치 메뉴로 손색이 없다. 우유와 양배추를 가득 넣은 덕에 그 자체로 촉촉하다. 컵케이크 한입에 우유 한 통을 다 마셔버릴까, 노심초사할 이유도 없다. 그저 마음 놓고 즐기기만 하자.
오래된 나무 식탁 위로 차려지던 늦은 주말 아침의 브런치메뉴를 기억하며, 양배추 컵케이크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