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필수품, 다진 마늘이 떨어져 가면 엄마는 통마늘을 찧어 다시 채워 넣곤 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 모습이 퍽이나 재미있어 보였다. 엄마 옆에 붙어서 마늘을 한 두 알씩 절구에 넣고 있다 보면 "내가 할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그래서인지 마늘을 찧는 날 마지막 즈음엔 내가 방망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절구 안에서 마늘이 부서지는 순간이 슬로비디오처럼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이층집 식탁아래, 그 작은 마루에서의 하루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늘의 알싸함과 해가 밝히는 마루, 절구 안에서 부서지는 모습까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다.
향기는 기억을 불러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봄과 여름사이, 절구를 찧는 소리와 방망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 그 소란한 오후의 기억을 알싸한 마늘향에 담아 레시피로 재탄생시킨다.
퀸아망은 크로와상만큼이나 버터가 잔뜩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버터만큼이나 설탕도 잔뜩이다. 지방과 탄수화물이 가득한 이 녀석을 거부할 이 얼마나 될까. 자칫 물릴 수 있으니 마늘로 입가심까지 끝냈다. 멈출 수 없는 맛에 걱정이 자라나지만 가끔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마늘은 한국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다진 마늘을 사다 놓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바로 빻아서 쓰는 마늘의 향을 이길 방법은 없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마늘을 깐다.
반죽은 기본 크로와상 반죽과 같다. 중력분을 베이스로 약간은 되직한 느낌의 반죽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버터가 사이에 들어가는 반죽은 온도가 중요한 법.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죽이 충분히 차가워지기를 기다리자.
반죽이 차가워지는 긴 시간 동안 버터를 두들긴다. 어린 날 마늘을 두들기던 실력을 발휘해 보자. 사각형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펼치고는 냉장고 안에서 반죽과 나란히 시간을 보낸다.
반죽과 버터가 차가워지면 이제는 켜켜이 층을 쌓아나갈 차례이다. 접었다 밀고 다시금 접었다 밀고. 반복하는 사이에 반죽의 온도는 계속 차가워야 한다.
버터가 녹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충분히 밀어 편다. 그러다 보면 온몸이 버터향으로 뒤덮이는 느낌이다. 온 주변을 둘러싸여 함께 녹아내려도 좋을 만큼 좋은 버터를 써야 하는 이유이다.
냉장고와 작업대, 밀어 펴기와 접기. 그 지루한 반복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드디어 반죽이 완성된다. 그럼 길게 길게 잘라낸다.
구운 마늘과 소금, 설탕을 섞은 마늘설탕을 반죽 위로 가득 올린다. 버터와 설탕을 바른 머핀틀에 자른 단면이 보이게 넣고 따듯한 곳에서 부풀 수 있도록 기다리자.
처음으로 냉장고가 아닌 따듯한 곳에 몸을 맡긴 반죽은 결은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둥글게 몸집을 키워낸다. 그 가녀리지만 꿋꿋한 결을 보고 있자면 뿌듯함을 넘어선 자부심을 느낀다.
예쁜 단면의 모습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높은 온도로 달궈진 오븐에 반죽을 넣는다.
오븐 안에서 버터는 끓어오르고, 버터가 갈라놓은 반죽의 층은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진다.
한 겹 한 겹 벗겨내며 먹어도 좋고, 그냥 무작정 입으로 넣어도 행복하다. 마늘빵의 맛있는 부분만 모으고 모아 돌돌 말아놓은 맛. 과연 이 마늘향 가득한 퀸아망을 하나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