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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맛의 존재이유 - 3

by rabyell Jan 10. 2025

'삐걱'


"야 이 에그타르트 뭐냐?"

솔이 낡은 알루미늄 문을 열면서 다짜고짜 캐물었다.


"뭐가"

"나는 네가 농담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네?"

"그러니까 뭐가?"

"전에 얘기한 내 사수, 요새 상태 완전 맛이 갔던데, 네가 준 에그타르트 먹고"

솔은 사무실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감탄을 뱉어냈다.


"요새 지각도 엄청 자주 해서 자리도 팀장 옆자리로 옮김. 크크"

언뜻 사악해 보이는 듯, 장난기 어린 미소와 함께 루나에게 그간의 일을 와르르 쏟아냈다.


"어지간히도 맘에 들었나 보네. 백만 년 만에 작업실까지 찾아온 거 보니까."

"아니, 나는 맑음 맛이니 흐린 맛이니 그러길래 네가 드디어 정신을 놓았나 싶었거든. 그래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혹시나 하면서 갖다 준 건데,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뭐 믿기 나름이지."

루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뭐 아무튼 고맙다. 이제 복수할 만큼 한 거 같으니까  가져갈게. 그 '흐린 맛'이라는 에그타르트."

"뭐 그러던가. 스트레스 옮겨가서 좋았는데."

"만드는 건 계속 만들면 되지."

"먹으면 스트레스받는 걸 누가 돈 주고 사겠냐?"

어이없다는 듯 대꾸하는 와중에도 루나는 에그타르트 포장을 이어갔다.


"왜, 나같이 먹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

루나의 고개가 슬며시 솔을 향한다.


"퇴근은 언제 하게?"

루나는 핸드폰만 바라본 채 물었고, 솔도 다시 포장에 집중하며 대꾸했다.


"이제 해야지. 저녁은?"

"엽떡이나 먹을까? 마라엽떡 어뗘?"

"오, 콜."

"그래, 지금 시켜놓고 집 가면 딱 되겠다."

"오케이."

루나가 손을 한층 더 바삐 놀렸다.




"비가 올 건가. 해는 졌는데 하늘이 밝네."

작업실에서 나온 둘은 혹시 모르니 걸음을 재촉하기로 했다. 비 때문이 아니라 신이 나서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간 자신을 못살게 군 존재가 멀어져 솔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빠른 발걸음 위로 재잘거림은 잔뜩 채웠다. 회사 동료들이 본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수다스러워졌다.


오랜만에 퇴근길에 동행이 생긴 루나도 약간 들떴다. 혼자 퇴근하는 것이야 익숙하지만, 늦은 밤 어두운 퇴근길은 어딘가 외롭고 쓸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이 좀 남았지만 오늘은 이만 제쳐두고 함께 퇴근하기를 택했다.


"떡볶이는 내가 산다!"

솔이 선언하고 루나는 오- 하며 익살스럽게 손뼉을 쳤다. 자주 투닥거리지만, 그래도 영락없이 사이좋은 자매의 모습이다.


그리고 루나는 작업실에서부터 이어진 고민의 결론을 내렸다.


'흐린 맛 진짜 만들어 볼만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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