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egend of T1

스토브리그 - T1의 겨울

(feat. 티런트 일좀 제발!!_)

by Rachel

야구의 스토브리그는 ‘시즌이 끝난 뒤 선수 이동, 재계약, 전력 재정비가 이뤄지는 기간’을 뜻하지만,
이제는 E-스포츠 팬들도 모두 아는 단어가 됐다.


T1이 2025년 11월 6일, 역사적인 쓰리핏을 달성한 직후—
E-sports 시장에도 거대한 스토브리그의 불씨가 붙었다.


우승 직후의 팀은 언제나 그렇듯,
더 강해지기 위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 고민해야 하고,

모든 팀이 동시에 다음 시즌을 향해 전력 정비에 들어가는 시기니까.

2025년의 스토브리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쓰리핏 챔피언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이 T1을 감싸고 있었다는 것.

팬들은 안다.

쓰리핏 이후의 스토브리그는,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가진다.


쓰리핏을 해낸 팀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정점을 찍은 순간부터, 팀을 둘러싼 모든 소문과 관심이 배로 붙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재계약, 코칭스태프의 거취,
프런트의 결정 하나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고, 해석되고, 때로는 과장된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T1이 있다.

어떤 팬은 말한다.
“우승한 팀이니까, 이번엔 제발 조용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T1의 겨울은, 조용했던 적이 없다는 걸.

쓰리핏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성취를 이뤘음에도,
T1에게 주어진 겨울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증명’의 계절이었다.

챔피언의 왕관은 항상 가장 무거운 자리 위에 놓여 있으니까.


그래서였다.

나는 도란과 구마유시의 겨울이 괜히 더 불안했다.

도란은 올해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월즈 결승에서 보여준 그 침착함과 안정감은
T1의 쓰리핏 퍼즐을 완성한 마지막 조각이었다.


구마유시는 말할 것도 없다.
2024년, 2025년 연속 월즈 우승 멤버이자
리핏의 한 축을 담당한 원딜.
월즈 무대에서 강해지는 ‘전어유시’는 이제 하나의 법칙이다.


그런 선수들이기에
그 어떤 협상 자리에서도
결코 쉽게 다뤄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하지만 팬들은 이미 한 번 겪었다.
“잡을 것처럼 보였는데, 결국 놓쳤던” 그 기억을.
샐러리캡?
조건 미스?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 겨울, T1 팬들의 신뢰가 흔들렸던 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걱정했다.
설마 또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
설마 또 내부 평판 관리를 놓쳐,
소중한 퍼즐 조각을 흘려보내는 일이 반복될까 봐.

쓰리핏을 한 팀이기에
더 탄탄하게 지켜야 하는 겨울이었고,
그만큼 티런트의 책임도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도란과 구마유시의 이름이 기사에 뜰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창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공식 입장?
공지?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커뮤니티의 ‘설’들만
밤마다 피어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도란은 먼저 이야기 끝났을 것 같다.”
“구마유시는 워낙 큰 선수니까 시간 조금 걸리는 거 아니냐.”
“근데 왜 이리 조용하지…?”


이런 말들이 팬들의 타임라인을 가득 채웠다.

T1은 우승 직후에도 늘 그렇듯 입을 꼭 다물고 있었고,
팬들은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해 결국 서로에게 추측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불안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생기는 조급함이라는 걸.

쓰리핏을 함께 만든 멤버들이기에,
그 겨울을 함께 버텨 온 얼굴들이기에,
다음 시즌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무대에서 함께 뛰어주는 모습을
팬들은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공지는 더디고,
침묵은 길고,
소식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무 말도 없는 시간이 제일 무섭다.


초조한 시간을 견디며, 좋은 소식만을 기다리며—

나는 올해 정말 힘들었을 민형이를 떠올렸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한 해.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시간 동안
무엇을 느꼈을지, 얼마나 자신과 싸워야 했을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해냈다.
월즈 파이널 MVP라는, 누구도 쉽게 오를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

파엠 인터뷰에서
민형이가 두 번 짧게 내쉰 한숨을 보며
나는 그제야 마음 한 구석이 울컥했다.

정말 수고 많았다, 민형아.
넌 진짜 ‘세계 최고 원딜’이야, 구마유시.



그리고—
작년 11월, “롤드컵의 상을 들어올리는 내 자신을 보고 있다”고 말했던
그 예언 같은 한마디를 현실로 만들어낸 도란을 생각한다.

마지막 세트가 끝나던 그 순간,
나는 소원을 이뤘다는 축하 인사처럼
도란의 얼굴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기뻐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미묘한 표정이 겹쳐 있던 그 얼굴.
그 마음이 궁금해 도란의 방송을 기다렸다.

그리고 방송 마지막에 비친 그의 얼굴은—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는 스타였다.

그래, 도란.
너는 정말로 스타야.
지금의 너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어.
T1의 도란으로 서 있는 이 순간이, 너의 황금기야.
스스로를 믿어도 돼.


그러니, 이번 스토브리그만큼은
제발 모두가 같은 유니폼을 다시 한 번 입어주었으면 한다.
사심이라 해도 좋다.
쓰리핏을 함께 만들어 낸 이 멤버들이
조금만 더, 조금만 길게—
같이 걸어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공지는 늘 그렇듯 느릴 것이고,
팬들은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테지만,
그래도 바라고 싶다.

이번 겨울은 부디,
누군가를 잃는 겨울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내는 겨울이 되기를.

조만간,
정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며—



T1을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팬일
Rachel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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