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집에서, 육개장국수 한 그릇

(feat.영도얼큰이칼국수)

by Rachel

나는 원래 국수, 그중에서도 ‘칼국수’를 좋아한다.
어릴 적에도, 대학생이었을 때도, 결혼한 뒤에도—
칼국수집을 보면 일단 들어가 보곤 했다.


결혼식에 입을 한복을 고르고 나서 먹은 영도의 ‘얼큰이칼국수’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맛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점심시간이면 자연스레
그 맛을 지닌 ‘영도면옥’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주 3일째, 또다시 육개장국수를 먹으러 가는 날.
그런데도 설렜다.

얼큰이칼국수의 칼국수는 참 맛있지만,
육수는 조금 담백해져서 아쉬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2층에서 파는 ‘육개장국수’는 어떤 맛일지
상상만으로도 입맛이 돌았다.


1인 손님을 위한 작은 테이블에 앉아 둘러보는데
재미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앞 손님이 일어나자마자
조용히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책은 마음의 양식,
양식하면 돈까스…
아… 돈까스 먹고 싶다…
돈까스…”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림 위로 나뭇가지가 뻗어 있어
겨울을 액자처럼 그림 위에 현실에 현상해 놓은 사진같은 운치도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그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림을 보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사이 고대하던 국수가 나왔다.

이곳은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이라
서빙 로봇이 칼국수 한 대접을 조심스레 내 앞에 가져다놓았다.

그릇을 테이블로 옮겨 놓고, 되돌아가기 버튼을 눌러주자
로봇은 다시 부지런히 돌아갔다.


눈앞엔 뜨끈한 육개장 국물이 빨간 색을 뽐내며 뜨거운 김을 내뿜고,
그 위로 맛있어 보이는 국수가락들이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고 있는,

잘게 찢은 육개장 고기들 사이로, 싱싱한 파 고명이 살짝 얹힌 모습을 확인했다.

마침 테이블 위에는 “이걸 뿌리세요” 하고 말하는 듯 정갈히 놓여 있는 후추통이 있었다.


나는 후추를 좋아하지 않기에 후추통을 살짝 한쪽으로 밀어두고,

조심스레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훅— 하고 들어오는 칼칼하면서도 담백한 육개장의 향기란.

기대했던 것보다, 육개장에 국수를 넣은 맛이 훨씬 더 좋았다.

진한 육개장 국물에 면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고기는 질기지도 않아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음, 계절로 표현하자면 겨울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봄비 같은 맛이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도, 어제 점심처럼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온도로 이끌어 주었다.

이래서 나는 내일도 얼큰이칼국수 집을 다시 찾을 것 같다.

이번에는, 돈까스나 온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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