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5. 나의 파도

(feat.한결(HANGYEOL)_나의 파도)

by Rachel

Intro.

바다를 보면, 늘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쓸 것처럼 다가왔다가

다시 모든 것을 쓸어가는 파도처럼 멀어지는 것.

인간 관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바다에 모든 생각을 던져 버리고 멍하니 보게 되지요.

바다란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시름도, 나의 고민도, 모두 던져도 함께 품어주는 너른 품이 있는 곳

나의 힘듦도, 나의 아픔도 모두 함께 품어주며

나를 토닥여 주는 곳이 바로 바다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는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바다로 걸어가곤 합니다.

말로 다 꺼내지 못한 것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아직 모래처럼 흩어질 것 같은 마음을
파도 가까이에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파도는 그 조각들을 밀어내지도, 완전히 삼켜버리지도 않더군요.
그저 내 옆을 스치듯 스르르 다녀가며
“괜찮다”는 말 한마디를 대신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 보면
내 마음도 파도처럼 잦아들곤 합니다.
잠시 흔들리다가도,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물결처럼요.





Y에게 들려주는 노래가 이제 반쯤 왔습니다.

이번 시즌은 놓아주는 것이 테마이기에,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물결이 모이는 바다에,

우리의 물결도 모이는 바다를,

우리 함께 보러 갔으면 좋겠어요.


바다를 보면서, 이 글을 읽어보거나 이 노래를 들어줬으면 해요.

노래 가사처럼, 이미 내 전부였고, 막을수도 없이 들어왔던 그 바다를-

한번 같이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바다에 시름을 던지면, 바다는 늘 파도로 그 답을 건넵니다.
내 외로움과 시름과 아픔을 아무 말 없이 받아두었다가,
조용한 파도소리로 “여기 있다”는 듯 답을 주지요.

그래서일까요.
나는 그 대답을 들을 때면, 묘하게 다른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는데,
이상하게 숨이 조금 더 쉬어지고 마음 한 겹이 풀리는 것처럼.


바다는 참, 그런 존재입니다.
세상을 오래 바라본 현자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대답을 주는 곳.


그래서인지 고민이 깊어질 때면
나는 본능처럼 바다를 떠올립니다.

인생에서 무엇을 놓아줘야 할지 망설여지는 사람에게
“바다 한 번 보고 와” 하고 말한 적도 있었지요.

정작 해결책은 주지 않으면서도,
바다를 보고 있으면 숨통이 트이고
그 틈 사이로 다른 생각들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Y의 플레이리스트 청취자분들께 오늘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는
바로 한결님의 〈나의 파도〉입니다.

이 노래는 바다를 노래하면서도
그 바다가 품고 있는 감정의 면면을 아주 섬세하게 어루만져 주는 곡이에요.
조용히 마음을 기울이면,
가사 하나하나가 물결처럼 스며드는 느낌이 듭니다.


바다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면, 또 다른 결로 와 닿습니다.

별을 머금은 바다의 윤슬을 바라보며 듣는 노래는
어쩐지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멀리서 온 위로 같거든요.

겨울 바다와 여름 바다의 얼굴이 서로 다른 것처럼,
같은 노래라도 바다의 표정에 따라 또 다른 마음으로 들리곤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가슴이 답답하거나 걱정이 오래 머무르는 날이라면
잠시 바다를 보러 가보시길 바라요.


바다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잠시의 시름과 아픔을 넉넉히 품어주는 일은
언제나 바다가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물결 하나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의 매듭이 조금은 풀릴지도 모르니까요.




Outro.

저는 요즘, 바닷가에 직접 가지는 못합니다.
대신 아주 멀리서, 빛을 머금은 윤슬만 조용히 바라보곤 해요.


아직은, 예전처럼 해변에 서 있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20대의 저처럼 바다를 가까이하기 어려워진 이유는—
저의 지병 때문입니다.

우울증이라는 건 참 사람을 많이 바꿔놓더군요.
바닷가에 서면, 마음 한쪽이 깊은 어둠으로 끌려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바다에 잠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스며들던 날들이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제 바닷가에 혼자 가지 않습니다.
그저 멀리서, 파도와 빛이 만나는 자리를 조용히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달래곤 합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멀리서 바라보는 그 작은 조각 하나만으로도
바다는 사람을 위로합니다.
깨끗하고, 맑고, 손을 대지 않아도 마음을 적셔주는 존재이기에 그렇겠지요.

언젠가는 다시, 그 바닷가에 홀로 앉을 수 있겠죠.
어릴 적처럼 발끝을 살짝 담가 보고,
밀려오는 파도가 어디까지 닿는지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저는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있는 바다를 담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바다 앞에서
잠시라도 숨이 트이는 시간,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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