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오후, 사랑의 자국

(feat.오후의 삼겹살, 커피향이 남긴 자국)

by Rachel

어느 주말의 오후.


곤죠 왕자는 낚시에 열을 올리고 있고,

나는 브런치를 살피고 있을 무렵이었다.

바깥에서 열심히 커피를 내리던 산적이 말했다.

"점심 먹자, 준비 다 됐어."


곤죠 왕자와 나는 무척이나 많은 브런치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불렀었고,

그래서 오후 4시쯤이나 되어야 밥 먹을 줄 알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자꾸 놓치는 물고기 때문에 곤죠 왕자가 울먹거릴 무렵, 점심 먹자는 말이 들렸다.



커피 향 가득한 곳에서 또다시 나는 좋은 냄새-



산적이 비빔면과 삼겹살을 준비한 점심이었다.

준비한 점심과 좋은 향이 풍기는 커피까지 완벽한 오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청소를 하다가, 문득 가스레인지에 튄 기름을 보았다.

기름은 튀겨서 잔상을 남기고

사랑은 튀겨서 마음을 남긴다는 생각을 했다.

기름을 닦아내며 생각한 것은,

사랑도 닦일 수 있다면 그 잔상도 함께 깨끗이 닦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스레인지 위에는 늘 작은 흔적이 남듯, 마음에도- 그 잔상이 깨끗이 닦이지는 않는거 같았다.

그래서 늘 마음 한쪽은 얼룩덜룩한 것 같다.

닦이지 않는 사랑의 흔적들 때문에, 반들반들하게 닦으려 해도 잘 닦이지 않는 가스레인지처럼.

반들거리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그 자체로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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