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움과 채움

by 김혜신

1990년대의 가장 활발한 사업 중 하나는 영어학원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영어에 대한 중요성이 크지만 AI기능 학습법이 없었기에 학원을 통한 공부가 주류였다. 특히 영어 말하기가 어린아이 시장까지 이어져 영어 유치원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25년 지금의 주류는 인구에 대한 비율을 고려한다면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로 많이 바뀌고 있다. 실버산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커질 듯싶다.

그것을 가장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상가의 구성을 보면 안다. 대부분의 상가가 학원가이던 시절이 이제는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유모차를 타고 가는 건 아이가 아닌 애완동물일 경우가 많듯 아이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몸이 늙어가듯 사회도 늙어가고 있다.

몸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것도 달라지는데 사회에서 필요하는 것 또한 바뀌고 있는 건 당연하다.


어린아이 든 노인이든 먹고 싸는 일은 늘 반복되는 과정이다. 이것이 원할이 이뤄져야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먹는 채움이 있으면 싸는 비움이 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우리 몸 안에서는 엄청난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은 왕성한 활동량만큼 많이 먹는다. 그것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똑같이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는 것이다. 소화가 느려지고 배출보다는 몸에 축적이 쉽게 된다. 잘 먹어도 영양으로 흡수되는 기능은 떨어진다. 그러기에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잘 먹고 비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것이 기능적으로만 치우치면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하듯 일상을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알아가고 적용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여행과도 같다. 변화된 자신을 보듯 그 시각에서 보는 환경도 달라진다. 새로운 관심사와 시각으로 보는 환경은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한다.


1990년대 젊은 나는 다이어트로 절제된 음식을 먹곤 했다. 그러다 보니 소식을 하거나 때론 폭식을 하기도 했다. 몸에 좋은 음식보다는 살이 덜 찌는 음식이나 입에서 당기는 음식을 먹곤 했다. 너무 덜 먹으니 변비가 자주 생겼고 말랐지만 덜 건강했다. 2025년 지금의 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일상에서 접하는 채소음식을 쉽고 건강하게 조리하며 먹는다. 음식 구성도 단백질이 빠지지 않게 하며 꽤나 운동도 한다. 마르기 위해 적게 먹었던 예전과 달리 건강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니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힘도 세지고 건강해진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부분처럼 여행에 대한 나의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해외를 나가야지만 여행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나가야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여행만을 바랬던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나간 여행은 돌아보면 다시 금세 빈 바닥을 드러냈다. 일상에서의 바쁨과 소진이 여행을 바라보게 했지만 그 기쁨은 짧았다. 비우지 못하고 채우려고만 했었다. 바쁜 일상은 소중한 시간을 빨리 돌려 보는 영화처럼 느끼게 했다. 소진되는 몸은 설사하는 아이처럼 소중한 순간들의 영양분을 흡수시키지 못했다. 간혹 영양제라고 생각한 해외여행은 일상의 습관에서 무너졌다.


일주일간 갔다 온 전라도 여행을 돌아본다.

각 도시의 모습이 비행기를 타고 쭉 돌아본 터키보다 더 선명하게 생각난다.

짧았지만 깊게 새겨져 있다. 그때의 느낌과 감정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둔 식단으로 밥을 먹은 것보다 내가 스스로 식재료를 선택해 요리해 먹은 느낌이다. 그때 여행의 채움이 지금까지 여운이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일상에서 채움과 비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책하며 새로운 길을 만나는 것도 기쁘다. 직장까지 걸어가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은 주변을 더 관찰하게 한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으로 환경과 나 사이의 기도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간혹 원데이 지하철 여행은 해외여행만큼 설레기도 한다. 매일이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익숙한 길에서 새길을 만나고 천천히 주변을 살필 수 있으니 말이다. 음식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흡수되는 과정을 상상하면 좋다고 한다. 빨리 마시는 물보다 조금씩 마시는 물의 흡수율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진화론점 관점에서 우리는 걷는 생명체이다. 자신의 뇌에서 감지될 수 있는 세심함은 빠른 교통수단보다는 걷기일 것이다.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다양한 곳을 짧은 시간에 보는 여행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은 더 인상적이다.

새로운 시각과 모습으로 하는 다양한 여행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많은 곳을 둘러보기보다는 느끼는 여행을 계속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든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여행과 다른 곳을 항한 나만의 여행 방식을 떠 올려 보는 것은 비움과 채움을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는 것 같다. 내 몸에 맞는 비움과 채움이 있듯 자신에게 맞는 여행의 채움과 비움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keyword
월, 토 연재
이전 08화일상과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