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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여행

여행자의 삶

by 김혜신

일상에서 늘 여행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살았다.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위해 해야 한다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일상은 책임이고 여행은 자유라는 나만의 명제를 만들어 놓았다.

그 명제하에 일상은 견디는 삶이고 여행은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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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다. 삶은 잠시 머무르는 여행과도 같다고.

지인의 장례식을 갔었을 때였다.

스님이 오셨다. 저승 가는 길에 노자 돈하라고 가짜돈을 이미 돌아가신 분 수의에 넣어 주셨다. 병으로 바싹 마른 몸에 얹어진 이 세상 돈이 너무나 어색해 보였다. 그 영혼을 위로하는 행위가 우리의 이해상식에서 해석된 것이 충격적이었다. 세상 속에서의 삶이 다했는데 그 돈이 무슨 소용일까. 마치 외국에서 쓰던 화폐를 다른 나라로 가는 이에게 주는 듯했다.

잠시 머물고 가는 세상에 온갖 번뇌로 고생한 고인이 안쓰러웠다. 충분한 평안을 누리지 못한 삶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장례식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잘 살아가고 싶었다.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결심했다.

다른 이에게 잘 대하는 만큼 나를 잘 돌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 세상의 삶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바꿀 수 없는 없는 환경 대신에 나의 시각은 바꿀 수 있다.

그것을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나의 선택으로 말이다.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명제는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늘 사투를 벌였고 내적 갈등을 겪었다.

내 마음대로 환경을 바꿀 수는 없었다.

수동적으로 길들여진 나는 변화하고 싶었다.

바꿀 수 없는 없는 환경 대신에 나의 시각은 바꿀 수 있다.

그것을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나의 선택으로 말이다.

갈등과 변화사이에서 조금씩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일상도 여행이 되었다.

매일 같은 하루가 다르다.

시간과 공간은 같지만 그곳의 소재가 조금씩 다르다.

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그 시선으로 바라보는 환경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입맛에 선호하는 음식의 패턴도 달라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해 주는 음식보다 내가 직접 만드는 음식이 즐거워졌다.

간단히 만든 소박한 음식이 나에게 더 유익하다는 시각이 생겼다.

일상을 떠난 여행의 맛과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맛은 각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식하지 않는 이처럼 일상에서의 여행과 일상을 벗어난 여행 모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한 여행은 무엇이 책임이고 자유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여행은 멀리 떠나야 한다.

여행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은 행복해야 한다.

여행은 돈이 많이 든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스스로 정의한 여행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인생은 여행이고 지금 또한 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일상이든 먼 곳을 떠나든 그것은 여행이다. 종류만 다를 뿐이다.

여행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여행 또한 다양한 감정을 담는다.

여행은 적은 비용으로도 누릴 수 있다.


잠시 머물며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

자기 합리화가 아닌 자기 인식이다.

환경과 나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상대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치우 지지 않게 바라봐야 한다.

무리 안에서의 자신이 혼자만인 될 때 스스로는 안다.

떠들썩한 시간이 지나고 혼자만의 시간이 될 때의 감정이 진정한 자신의 감정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서의 여행은 누구를 위한 여행이 아니다. 누가 강요한 여행도 아니다.

책임과 의무가 진정한 사랑의 선택이 될 때 어느 곳에 머무르든 자유로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녀온 여행도 계속 의미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아직 여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숨을 쉬고 계속 느낄 수 있는 한 여행은 중단되지 않은 것이다.

여행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면

오늘의 하루는 또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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