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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주스와 여행과의 관계

때론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

by 김혜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사과를 갈아서 마시는 해독주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요

한동안 디톡스의 대명사로 그 열풍이 주변에서 가깝게 들려왔다. 다이어트와 독소 배출의 효과로 만든 해독주스를 마시는 모습도 자주 보이곤 했다.

해독 주스뿐 아니라 레몬 디톡스, 식초 다이어트 등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방법은 달라지지만 해독에 대한 이슈는 늘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럼 왜 해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우리 삶의 발전이 가져온 다양한 것들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이물질이 우리 몸에 쌓이면 그것이 독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기뿐 아니라 내장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식생활과 자동차뿐 아니라, 킥보드, 전기 자전거등 편리한 이동수단, 그리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은 우리 삶의 이점과 동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의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스마트폰 또한 현대 삶의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잊어버리지 않아도 될 것을 놓치게 한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보면 7할 이상이 핸드폰을 쳐다본다. 이 작은 기계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다양한 모임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고 그의 말을 기울이기 전에 먼저 기계에 의존하게 된다. 장작을 만들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커다란 솥에 재배한 쌀로 밥을 짓던 시대를 상상도 못 한다.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즉석밥에 익숙하고 배달음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에 버튼 몇 개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와 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세상이 되었다. 어느새 우린 과정보다도 결과에 익숙하고 느린 미학보다 빠른 자극에만 반응하는 것에 익숙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는 것이 이제는 수월해진 시대이다. 누구든 원하면 여행을 하는데 제약이 없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것뿐 아니라 휴양이나 식도락을 위해서도 해외를 향하는 발길이 많다. 굳이 가는 것이 여유치 않으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행을 접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밥 하기에 많은 과정을 생략해 버려도 되는 시대처럼 여행하기에도 복잡한 과정을 생략해 버려도 돼 버렸다. 굳이 가이드가 없어도 되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선택해서 원하는 곳을 검색하며 다녀올 수 있다. 단어 검색 몇 가지로 쏟아지는 정보로 이미 갔다 온 것처럼 많은 리뷰를 보며 여행을 그리는 시대이다. 편리함과 더불어 너무 수월해진 시대에 여행 또한 해독이 필요하다.


해독주스를 마시는 이유는 우리 몸의 독소 배출이다. 매일 축척된 과잉의 잉여물로부터 만들어진 독소뿐 아니라 독소 자체로 흡수된 것을 중화시키거나 배출하는 것이다. 독소로 인해 상해 버린 신체를 다시 자연음식 섭취를 통해 회복시키려 한다. 물론 해독 주스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학물질로부터 오염된 신체를 자연에서 나온 것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이미 편한 음식에 길들여진 맛과는 다른 맛과 재료로 해독이라는 기간을 갖는 것이다. 그 기간은 버튼 몇 번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신선한 재료를 씻고 다듬고 삶고 즙을 내서 주스를 만든다. 편리한 도구 사용으로 시간은 빨라질 수 없지만 느림의 미학은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재료 하나하나를 만지고 만들어진 주스를 천천히 컵에 따른다. 주스의 색깔과 맛을 보고 한 모금씩 삼킨다. 썩 맛있는 맛은 아니지만 마시면서 내 몸에 흡수하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 그것이 나의 몸을 해독하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 그 상상은 일상에서 빠르고 편리한 음식보다는 몸에 더 건강한 음식을 찾게 한다.


잘 짜인 여행으로 해외를 갔다 오면 후에 남는 기억은 장면이다. 유명한 명소에서의 사진과 먹었던 음식에 관한 기억이다. 하지만 그냥 떠난 여행은 좀 다르다. 이동하면서 살펴보고 느낀 감정까지 기억에 남는다. 숙소를 예약하고 머문 하루의 다양한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는다. 알뜰하게 여행지를 섭렵하지는 못하지만 자신과 환경과의 선택의 다양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여행이다. 여러 가지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여행이 된다. 마치 주문한 해독 주스를 마시는 것보다는 스스로 해독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것과 같다. 여행이 장면만으로 기억되기보다 그곳에서의 나의 감정까지도 기억된다면 그건 여행지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계속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게 들린다. 그들의 꾸준한 건강 비결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거의 모든 예측 가능할 수 있는 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영양가 있는 식단,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 긍정적 마음 가짐 등 건강한 이들보다 우린 더 자세히 말할 수 있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돌이켜 건강의 과정에 도달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그들이 건강하지 않은 이유, 건강을 생각하게 된 계기, 그들의 도전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연결고리를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아보고 도전받게 된다. 마치 몸속의 독소가 빠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듣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행 또한 누구나 가는 곳을 방문할 때의 기쁨이 반복이 될 때 느껴지는 감격은 점점 무뎌진다. 그들의 모험을 동경해서 따라 하지만 특별한 감흥이 더해지지 않는다. 그들의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쁨을 느꼈지만 여행을 통한 나의 즐거움과 기쁨은 아니다.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없다면 여행은 남들과 똑같이 마시는 해독주스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마시다 언제든 다시 멈출 수 있는 주스가 되어 버린다. 내가 만든 나만의 주스가 나의 몸을 정화하는 것을 느끼고 상상하는 것처럼 그런 여행을 한다면 그것은 내 삶의 또 다른 진정한 힐링이 될 것이다. 나의 기쁨과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을 해독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 그 과정까지 온전히 느끼는 것은 해독주스뿐 아니라 우리의 여행 또한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재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 치유의 과정으로 선택한 여행은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환경보다는 그 속의 나의 모습을 관찰한다면 조금씩 해독이 되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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