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것이 좋다

지금 상상 중입니다

by 마케터유정

나는 조는 것이 좋다. 졸 땐 무의식의 흐름대로 나를 풀어둘 수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혹은 재택이더라도 일할 때는 긴장하고 집중해야 하기에 이완 상태로 마치 해파리처럼 유영하는 이 느낌이 좋다.

노곤한 오후에 졸고 난 후 얻게 되는 개운함은 보너스다.


잔잔한 파도, 느린 음악, 따뜻한 커피, 어깨를 감싸주는 담요, 포근한 이불속.


졸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기분이다. 조는 중에는 머리 아픈 현실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다. 불만을 털어내는 회사 사람도, 징징대는 아이도, 옆 집 인테리어 공사 소리도, 핸드폰 울림도 없다.


물론 고개를 꾸벅꾸벅하면서 나도 안다. 이렇게 자면 옆사람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걸. 그렇게 졸 거면 그냥 엎드려 자야지 왜 헤드뱅잉까지 하면서 저럴까 싶을 거다. 굳이 변명을 할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유영 중인 ‘헤드뱅잉러’들을 위해 이렇게 남겨둔다.


일단 뭐, 우리는 알고 있다. 꾸벅꾸벅할 때 꿀잠을 잘 수 있다는 걸. 대놓고 엎드리면 의외로 잠이 깨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지 않았는가. ‘꾸벅꾸벅’과 ‘엎드려 잠’은 수면의 질이 다르다. 너무나 달콤한 꿈을 꾸다 깨었을 때 그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어서 계속 잠이 들었던 적이 없는가. 꾸벅꾸벅하고 있는 당신의 옆사람은 지금 한 마리 해파리가 되어 유영 중이다.


변명을 시작한 김에 한 가지만 더. 아시다시피 갑자기 꾸벅꾸벅은 없다. 어느 순간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키보드를 두드리던 내 손은 쉬어가기를 거듭 요청한다. 이럴 땐 그 흐름을 타주는 게 낫다. 이미 내 몸은 잠을 자겠다는 의사표현을 확실해했다. 이런 나에게 결코 낮잠 따위에 지지 않겠다고 허벅지를 찔러봐야 멍만 들뿐이다. 현명하게 나와의 밀당이 필요하다. 살을 주고 뼈를 친다고나 할까. 그래 피곤해하니 잠깐 쉬자. 일어나면 몸은 쉬어준 나에게 고마워하며 남은 낮시간을 활기차게 보낼 힘을 준다.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다. 내 의식이 할 일은 그저 얼마간 기다려주면 되는 것이다. 잠깐의 낮잠이 긴 시간의 밤잠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혹 잊을까 봐 주석으로 달아둔다.*


이윽고 졸다가 깨어나면 희한하게 새로운 마음이 든다. 그것은 동료에게 건넬 커피 한잔이 되기도 하고, 아이를 달랠 여유가 되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넘쳐 홀로 고독한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잃을 것 없으니 슬쩍 졸아도 된다고 권해본다.




*Sara Mednick et al.Sleep-dependent learning: a nap is as good as a night.2003.Nature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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