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 날 아침, 짐을 모두 싸놓고 전화를 기다렸다. 퇴소 시간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둘째는 마중 나온 할머니와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윽고 점심때가 될 무렵 연락이 왔다. 안부를 묻는 수화기 너머의 음성으로 슬쩍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윽고 들려오는 느릿한 목소리는 내가 양성으로 판명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한번 겪었던 절차들이 다시 이어졌다. 나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첫째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아니나 다를까 첫째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중에 남편을 통해 들으니 아이는 그날 밤 잠자리에서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남은 가족들은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트렁크는 아직 그대로 있었다. 당연히 나갈 줄 알고 짐을 모두 싸 두었는데...... 아이와 함께 있던 공간에 나 혼자 남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외로움을 넘어 두려움이 문득 밀려왔다. 이러다가 못 나가는 건 아니겠지.
코로나로 시간이 멈춰진 기분이었는데 이제 보니 내 시간만 멈춰져 있었다. 아이가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규칙적이었던 생활도 접어둔 채로 침대에 홀로 가만히 누워 오랜 시간을 보냈다. 문 앞에 놓은 도시락을 가져가라는 안내방송 때에나 잠깐씩 일어났을 뿐이었다. 지난 일들도 떠올랐지만 대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생활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겨서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답 없는 물음들을 혼자만의 공간에 하나씩 풀어놓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또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점심 무렵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을 테니 이제 곧 집으로 오겠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첫째를 기다렸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첫째 아이가 들어왔다.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자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다가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도 나를 안았다.
거의 한 달 만에 우리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계절이 바뀌고 지난날의 코로나가 점차 옅은 기억이 되어갈 무렵 문득 둘째가 떨어져 지내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첫째는 기억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남편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둘째는 아랑곳없이 거기서는 TV도 마음대로 볼 수 있었다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철없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아이고 하는 작은 탄식을 했다. 그러나 이어진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