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간 10년, 병이 병을 불러왔다
'너 못 걸으면 휠체어 내가 끌어줌. 지난번에 너 다리 부러졌을 때, 나 잘했음. SSAP가능' (친구 1)
'야, 어떻게든 간병은 내가 해볼게. 애들 다 불러, 간병 스케줄 짜야해.' (친구 2)
'근데, 서른 살에 지팡이 짚고 다니면 좀 간지 나지 않냐? 영국 직구로 꽃무늬 지팡이 하나 살까? 세미 관종 나쁘지 않아!' (본인)
'인공관절 하면 키가 좀 더 커진대. 개이득 아니냐?' (본인)
가끔은 노약자석에 앉고, 아주 가끔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서른한 살.
대학교 입학, 졸업, 취업 그리고 퇴사까지 나의 의지만큼 의사의 소견도 중요한 몸을 가졌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 커리어와 함께 병명도 쌓여가는 삶을 살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병원인간이라 부른다.
늙음은 아픔이 용인되지만 젊음에게는 아픔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에서 병원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꾸준히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