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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원인간 지니 Oct 12. 2022

병원이 무서운가요?

병원에만 가면 ‘넵’ 병에 걸리는 당신을 위해

MBTI 열풍으로 ‘나 아픈데 어떡해?’라는 질문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에 따라 유형을 구분 짓는 짤이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T유형과 F유형을 떠나서 병원인간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 봐.’


병원인간에게 병원은 지금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방법을 찾는 곳이다. 졸리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그런데,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병원에 갔다 덜렁 약만 받아온다. 어디가 아프대?라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해줬는데 잘 모르겠어. 일단 약 먹어보래.’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아프면 속상하잖아~~~~


가깝고도 먼 곳, 병원  

병원에 잘 가지 않는 건 어떤 모습일까?  병원인간인 나에게는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건강 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나의 약함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에이 뭘 이 정도 가지고 병원에 가냐. 좀 만 있으면 다 나아.’라는 말로 많은 사람들이 병원과 멀어진다. 그렇게 병원과 의사는 점점 더 어려운 존재가 되어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인간인 내 주변에는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는 안병원인간(*병원인간의 반대어. 보통사람, 건강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들이 대부분이다. 아주 가끔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병원에 다녀와 푸념을 털어놓는다. 불만족스러운 진료내용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병원인간, 원래 이런 거 맞아?’


안병원인간들의 병원 진료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이렇게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나의 친구들이 병원에만 가면, 의사를 만나면 이렇게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다니! 다음에는 제발 나를 데리고 가…!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2021년, 이진희 님의 병원 방문 횟수는 105회입니다.

대학병원만 많이 다닌 건 아니다. 나무로 치면 뿌리, 큰 가지에 해당하는 질병(루푸스, 고관절, 자궁경부암 등)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작은 가지나 새로 나는 새싹(위장장애, 피부염, 관절 염증 치료 등)들은 일반 병원 (1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의사들의 수도 꽤나 많다. 생활권역과 업무권역에서는 진료과목별로 병원 후기 데이터가 있다. 야간 진료하는 병원은 여기. 친절한 의사가 있는 곳은 여기. 가장 가까운 병원은 여기.


숨 쉬듯 병원에 가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 닉네임을 ‘병원인간’이라 붙이긴 했지만, 1년 중에 1/3을 병원에 방문한다니! 1년 365일 중에 병원이 열지 않는 공휴일을 빼고 따져보니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방문한다니. 이 정도면 ‘병원인간’ 앞에 ‘우수’, ‘최강’ 같은 멋진 수식어 하나 정도는 더 붙여도 되지 않나 싶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찾은 병원인간의 현황표. ⓒ병원인간 지니



병원인간의 명의를 찾아서

많은 병원을 다니며 많은 의사들을 만났다. 많은 병원을 거치며 꽤 자주 한 생각은, ‘돈은 환자가 내는데, 진료에서 가장 배제되는 대상은 환자다.’라는 생각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를 섞어 설명하는 의사, 병의 원인은 설명하지 않은 채 증상 해결만을 목적으로 하는 진료,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를 무시하거나 상태를 방치한 것에 대해 탓하는 태도.


불만족스러웠던 진료내용을 기억에서 하나씩 꺼내보니, 다시금 화가 난다. 하지만, 환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하나뿐이다. 따지지도, 반박할 수도 없다. 의학 지식을 가진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방법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었을 테니까.


많은 의사와 많은 병원을 스쳐지나 왔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곳들도 있다 ⓒ병원인간 지니 인스타그램


명의가 어떤 의사냐라고 묻는다면, 단박에 말할 수 있다.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의사 그리고 진료비가 아깝지 않은 의사”라고.


마음이 편해진다. 만족스럽다.라는 말은 주관적이다. 말 그대로 ‘명의’는 환자마다 그 정의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내 진료비가 아깝지 않은 의사?

병원인간 기준에 진료비가 아깝지 않은 의사는 내 증상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 그리고 나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의사다. 물론, 치료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태나 상황에 따라 치료의 성과는 단박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이런 증상이 나오는 건지, 내 상태가 어떤지, 치료는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알게 되면 증상을 조금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병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이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공감능력을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다. 의사들은 아파본 적이 없다 ⓒ병원인간 지니 인스타그램 스토리


어떤 영역에서는 의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의료 행위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어야 한다. 결정권을 환자가 가져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렵지 않다. 질문하자. 나보다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질문하자.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한 답을 공부했기에 의사가 된 것이니까.


질문은 어렵지 않다. 병원인간의 예시를 보자.


하루는 발톱이 깨져 피부과에 갔다. 깨진 발톱 사이로 검은 반점이 생겼다. 한 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암 병력이 있기에 혹시나 피부암은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에 찾은 피부과.


병원인간 “한 달 전부터 발톱이 깨지더니 검은 반점이 생겼어요. 루푸스를 앓고 있어요.”

(의사) “걱정하신 피부암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루푸스 환자들에게서 손발톱이 얇아져서 나오는 증상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병원인간 “발톱이 자꾸 갈라지는 건 왜 그런 거죠?”

(의사) “발톱에 살짝 무좀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병원인간 “무좀인 것 같은 건 뭘까요? 무좀이 아닌 건가요?”

(의사) “음.. 무좀을 진단하려면 발톱을 긁어서 현미경 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검사를 한 상태가 아니고 지금 상태는 단계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약해서 무좀인 것 같다고 말한 겁니다.”


병원인간 “아, 이해했어요. 그럼 더 심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 “무좀 치료보다 발톱 강화제를 바르고 튼튼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 멘트로 생활 권역의 피부과는 이곳으로 결정되었다.

나의 피부과 명의를 찾은 순간이었다.


나는 증상을 말했고, 원인을 설명 듣고, 방법을 찾아 해결했다. 그가 나의 피부과 명의가 된 이유는 하나다. 질문하는 환자에게 정확한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진료과정에서 그 어떤 의문점도 남지 않았다.


이런 명의를 어떻게 찾았냐고? 조금 번거롭지만, 환자도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만 마음에 품고 있으면 된다.


내 친구들의 마음에 쏙 드는 의사를 찾기 위해 마음속에 품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을 몇 개 정리해본다. 한 번의 진료라도 당신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진료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환자의 권리. 잊지 말자. 질문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병원인간 지니


BONUS : 병원에 가기 전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  


1. 궁금한 것은 바로 질문하자.
우리는 내 몸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를 만나러 온 거다.


2. 모든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치료비가 얼마인지,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 치료가 나에게 왜 필요한지. 충분히 물어보고 결정해도 괜찮다. (과정에 불편함이 있다면, 나와 맞지 않는 곳이다)


3. 내 몸에 왜 문제가 생겼는지 물어보자.
원인이 분명한 질병(사고로 인한 골절, 화상 등)이 아닐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생활 습관이 문제인지, 환경이 문제인지 아니면 단발성인지 확인하자. 내 몸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다.


4. 이후에 관리(후속치료 등)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자.
처치(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는 것)를 받은 후에도 차도가 없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확인하자.


5. 처치를 받을 경우 주의 사항은 없는지 확인하자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을 경우,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약의 성분으로 인해 잠이 쏟아질 수도 있고, 피해야 할 음식이 있을 수도 있다.  

  

6.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면 (1~2만원 x, 비급여 진료가 없는데 5만원 이상) 진료비 세부 내역서를 요청하자. 비급여 진료라면, 금액을 정확하게 안내받자.
일반 진료의 경우,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받을 수 있다. 비급여 진료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많은 비용이 나왔을 경우 병원에서 진료비 계산 시에 요청해 받아보자. 비급여 진료라면, 병원마다 책정되는 비용이 다르다. 치료 전 환자에게 금액에 대한 안내를 꼭 해야 한다. 정확한 가격을 물어보자.


7. 이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것들도 물어본다.

대부분 이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것들은 진료를 마치고 꼭 후회한다. 나보다 전문가인 의사에게 물어보자. 단, 술 먹어도 되나요? 등의 당연한 질문은 삼가자… * 약을 먹는 중에 술은 당연히 먹으면 안 됩니다^^ 몰랐다면 기억하세요.  


8. 나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면, 나도 불편함을 표해도 된다.
가끔 아주 가끔, 내가 그렇다면 그렇게 알아!라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아파서 왔는데 마음까지 다칠 필요는 없다. ‘제 질문이 잘못됐나요?’라고 되물어주자.


9. 별로인 의사를 만났다면, 다른 병원에 더 잘 맞는 의사를 찾아 나서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진료를 받았다면, 다른 병원에 가면 된다.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병원과 의사는 많다. 가끔 무례한 언행으로 진료를 보는 의사들도 있지만, 친절하지 않다고 무례한 것은 아니다.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 별로인 의사는 아니다. 가끔 공감을 못하는 의사들도 있다.


10.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을 잊지 말자. “왜?”

이 증상이 왜 나왔는지,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 모든 질문의 시작은 ‘왜?’이다. 진료의 모든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 내 몸에 대해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끔 이런 친절함을 만나면 마음이 따땃해진다. 그런데 식후 2시간 이내 안 눕는 거 어떻게 하는 거죠? ⓒ병원인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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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이 남지 않은 진료의 쾌감을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끔은 노약자석에 앉고, 아주 가끔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서른한 살.

대학교 입학, 졸업, 취업 그리고 퇴사까지 나의 의지만큼 의사의 소견도 중요한 몸을 가졌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 커리어와 함께 병명도 쌓여가는 삶을 살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병원인간'이라 부른다.

늙음은 아픔이 용인되지만 젊음에게는 아픔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에서 병원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꾸준히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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