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9일 브런치 작가 합격 통지를 받고 4월 20일 첫 글을 등록한 지 어언 석 달이 가까워진다. 그 간 이 글을 포함해서 96개 게시글을 썼으니, 나름 일일 1 브런치를 실천하며 부지런한 브런치 생활을 즐겼고, 인기작가 대열에는 못 들어갔지만 나름 친한 브친님들도 생겼다.
그간 몇 개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등록이 되었고, 한동안 "나도 이렇게 인기작가가 되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허영심이 살짝 들 때도 있었지만,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알다시피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얼마 전에 지사에 키우던 큰 강아지(=2살짜리 성견)가 진짜 강아지를 낳는 기적이 생겨서 한 달을 지켜만 보다가 한꺼번에 사진만 와르륵 올렸는데... 그게 다음 메인에 갔다. 드디어 가긴 갔구나. 사실, 왜 내 글은 다음 메인에 안 실어주는지 브런치를 좀 원망하고 있었다. 역시 포털 메인의 힘은 위대해서, 순식간에 글 하나로 4만 7천 뷰를 찍어버리더라.(주간 인기글로 남아서, 지금도 조회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게, 첫 경험이면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일 법도 하구만, 브런치 메인으로 몇 번 간접경험을 하고 난 끝이라... 기쁘기보단 허탈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근 석 달 간의 파키스탄 이야기 70여 편 보다 강아지 사진 하나가 더 잘 팔리는구나... 하면서. 강아지 글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글을 다 합쳐도 강아지 편 조회수가 더 많다. 현타가 심하게 온다. 아. 내가 강아지만도 못 한가? ㅠㅠ 물론 직접 비교할 대상이 아니란 거 안다. 알고말고. 그런데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뜻.
이쯤 하면 브런치 주캐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몇 안 되는 파키스탄 교민으로서, 파키스탄 생활수필 작가 몇 정치사회문화 해설가로 마음먹고 시작한 브런치 취미생활이긴 한데, 창작이란 게 그렇듯, 느낀대로 손 가는대로 쓰다보니 이 말도 했다가 저 얘기도 했다가 점점 잡탕 브런치가 되어가던 참이었다. 계획적 삶과는 많이 거리가 먼 인간형이라 이왕 그런 생각이 든 거, 작가 프로필 사진에서 파키스탄기-태극기가 조합된 국기 사진을 빼기로 했다. 아, 저건 너무 고리타분한 것 같아. 뭘로 바꿀까 한참을 고민하다 나를 대표할 이미지가 증명사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이력서 쓰는 것도 아니고 그건 아닌 것 같고, 파이잘 모스크 사진을 넣어봤다가 아니 나는 무슬림도 아닌데 오해받기 딱 좋겠네 싶어 지웠다가 그냥 필명을 다시 디자인해서 붙이는 걸로 결정. 아래아 한글에서 대충 작업했더니 역시 그다지 안 이쁜데, 일단 바꾸고 다음에 더 생각해보자. 어쨌건, 내가 최근에 브런치 대문을 바꾸게 된 계기는 다음 대문에 실린 강아지 글 때문이다.
좀 밋밋하지만 무미건조한 내 성향과는 맞는 것 같다. ㅡ_ㅡ
브런치를 조금 꾸준히 하신 작가님들은 한두 번씩 본인의 작품이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메인에 소개되는 경험들을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발생하는 상황도 잘 아시리라.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지만, 내 경우를 빗대 보면 발생하는 상황은 대충 저렇게 된다.
1. 해당 글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는다. 브런치 메인은 수천회, 다음 메인은 수만 회를 기본으로 찍어준다.
2. 다른 글보다 라이킷을 아주 조금 더 받는다. 경험상 5천 조회건 당 하나 정도의 라이킷이 발생하는 것 같다. 포털에서 유입된 사람들은 생각보다 브런치 라이킷에 인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킷을 하려면 브런치 계정이 있어야 하는데, 포털에서 유입된 대부분의 조회자는 브런치 계정에 로그인이 되어있지 않다.
3. 구독자가 아주 조금 는다. 그중 몇 분은 실수하셨던 건지 구독을 즉시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비밀일기나 대외비 문서가 아닌 브런치 발행글은 읽히라고 쓰는 글이 맞다. 그래서 많이 읽히면 분명 기분 좋은 일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 많이 읽히기를 바라며 정성들여 쓴 글은 되려 아무 반응이 없고, 그냥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쓴 글이나 그냥 올려본 사진은 대박이 난다. 참 허무한 일이긴 한데,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럴 법 하기도 하다. 포털 대문이나 생활 문화 챕터의 글이 정치가 어떻고 역사가 어떻고 머리 아픈 글만 가득하면 누가 클릭을 해 보겠나. 가볍게 시간 때우며 스트레스 푸려고 오는 사람들이 태반일텐데 그런 분들 요구에 맞는 가벼운 콘텐츠들이 더 잘 소비되는 것뿐인 거지. 나도 그러니까.
브런치 또는 다음 대문에 본인글이 직행되길 바란다면, @배가본드 작가님의 브런술 분석글을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메인에 가려면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어떻게 제목을 뽑으며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유리한지 대충 감이 온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결국 아무 일도 없는데. 대문에 노출되면 분명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그 순간만은 나도 인기 작가 코스프레) 원점으로 돌아오는 시계추 같은 거니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그냥 평소 쌓인 시상과 글감대로 내 식의 창작을 꾸준히 이어가면 그걸 또 즐겨주시는 나랑 코드가 잘 맞는 독자님들이 조금씩 늘어갈 거라고 믿는다.
적절한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급등주는 곧 급락하지만 가치주는 꾸준히 우상향 하는 거라고 우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