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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14. 2022

브런치 100일, 100작품, 100구독자 예상 인터뷰

달성했다는 건 아니고...

 브런치 입문 이후 석 달째입니다. 지난 2022년 4월 19일에 첫 작가 승인 메일을 받고 이튿날 첫 글을 올린 이후로 오늘까지 86일이 지났네요. 이 글이 딱 100번째 올리는 글이라, 나름 의미를 부여해서 적어봅니다. 입문 한달 째 소감을 적어봐야지 하다가 바람같이 지나가고, 두달 째 몰아서 써봐야지 하다가 게을러서 또 뭉개고, 100 작품째는 무조건 올리겠다! 선언하고 쓰는 겁니다. 역시 약속하면 됩니다. ㅋㅋㅋ


 이름하야 100-100-100 클럽 달성 "예상" 기념 청문회.. 아니고 작가와의 대담. 이미 한 번 시도해 본 셀프 인터뷰 형식을 다시 한번 차용해보고자 합니다. 당연히 가상의 인터뷰, 자문자답 형식입니다.




Q1 : 브런치에 입문하신 계기는요?

A1: 운 좋게 회사에서 파키스탄 해외 파견자로 선발되었습니다. 파키스탄은 한국에서 매우 생소한 나라잖아요? 그 나라에서 특별한 경험을 꼭 기록으로 남겨서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래아 한글 워드에 일기장처럼 하루하루 일화를 기록해놓다가, 공개 일기를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운 지인 중 한 분이 브런치 인기 작가신데, 그분 영향도 컸지요. 작성 중인 일화 몇 편을 신청서에 붙여 제출했더니, 별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작가 승인이 났어요.


https://brunch.co.kr/@ragony/21


Q2 : 글을 쓰시는 목적이 있나요?

A2 :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라서, 이것저것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남을 텐데, 파견 생활을 끝내면 작은 해외 경험 수필집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었어요. 아래아 한글 워드에 사진을 붙여 넣으며 작성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방법을 찾다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가 딱 맞는 플랫폼이구나 싶어 활동 중에 있습니다. 파견 생활이 끝날 때쯤엔 뭔가 많이 쌓여있을 것 같습니다.



Q3 : 뭐 하시는 분인가요?

A3 : 한국 기업이 투자한 파키스탄 내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지사의 책임자로 파견 나와 있습니다. 원래 직업, 신분, 이름, 얼굴 안 밝히고 시작하려 했는데 사실 비공개 일기 쓸 때는 그런 거 전혀 상관없이 적어놔서 다시 적기도 뭣하고 초기 작품부터 얼굴을 자주 노출했네요. 일상 일화를 적다 보니 일화 여기저기서 직업을 유추할 단서들이 많이 공개가 되어서 이젠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Q4 : 이 작품 포함해서 100편의 글을 올리셨는데, 대문글에 몇 번이나 선정되셨나요?

A4 : 이 글을 쓰는 7월 13일 현재, 총 6편이 다음 또는 브런치의 대문글로 선정이 되었네요. 6% 비율이니, 타율이 썩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던 건 분명해요. 후유증도 컸지만. ㅋㅋㅋ


 

 "생후 딱 한 달"은 강아지 이야기로 다음 동물 탭에 실렸고, "파키스탄 팁 문화"도 다음 여행맛집 탭에 실렸습니다. 포털의 위력은 대단하지요. "생후 딱 한 달" 강아지 이야기가 나머지 99개 글 조회수를 다 합친 것보다 많았는데, 며칠 후 "팁 문화"글이 연타로 다음 포탈행 가는 바람에 "파키스탄 생활작가" 체면은 차렸습니다. 나머지 3~6위 글은 브런치 대문에 실렸던 글인데 역시 브런치 이용자는 작가 중심으로 한정된 플랫폼이라 조회수가 그렇게 많이 터지진 않더라구요.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꼭 대문으로 가진 않더군요. 꽤나 고생해서 다녀온 진귀한 기록인 무자파라바드 PC 호텔 투숙기는 국내에 한국어로 소개된 유일한 글이며 눈이 호강하는 사진이 즐비한데, 이 정도면 메인행이지 자신했었는데 선택받지 못했어요. 자리를 빌어 다시 홍보해봅니다.

https://brunch.co.kr/@ragony/83


 사실 처음에 대문글로 제 글이 올라갔을 땐 마약에 취한 것처럼 뿅~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젠 그런 거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처음 올라갔을 때만큼의 감흥도 없구요. 분명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길게 봐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거든요. 꾸준하게 저만의 주제와 문체로 접근하면서 저랑 맞는 독자님들하고 소통하는 것이 훨씬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ragony/112



Q5 : 브런치 입문 전 후, 달라지신 게 있나요?

A5 :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죠.


 먼저, 소재 사냥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글을 써 볼까~ 늘 번득이는 눈으로 사냥감을 찾아요. 흔한 모기 한 마리도 글감으로 바뀌더군요. 사실, 파키스탄의 독창적 생활 일화를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입문했는데, 사람 사는 곳 뭐 그리 날마다 독창적이겠어요. 독창적인 이야기는 가끔 새로운 곳 갈 때만 쓰고, 점점 생활수필 작가로 안착되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 소재를 뽑아내는 건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께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매일 소재 사냥꾼이 되다 보니, 일상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힘도 같이 생겼습니다.


 생활 패턴이 바뀌었어요. 아침에 눈 뜨면 전날 올린 내 글에 얼마나 라이킷과 댓글이 달렸나 설레는 마음으로 확인하고 이웃 작가님들과 댓글의 덧글로 소통합니다. 저도 이웃 작가님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고 댓글을 남기죠. 날마다 많은 분량의 독서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쟝르도 정말 다양해서 전문지식, 소설, 수필 등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아침 시간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브런치 삼매경하다 출근 시간에 허둥지둥하기도 합니다. 일과 이후에는 찬찬히 그날 잡아온 소재를 요리하죠. 글감을 머릿속에서 미리 씻고 다듬어 데쳐두면 요리가 뚝딱 되는데, 날것을 그대로 잡아 잡수려면 끙끙대기도 합니다. 찬찬히 계획하고 생활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날 건진 주제는 앉은자리에서 후다닥 마무리하는 편이에요. 안 풀리는 글은 잡고 있어도 어차피 진도가 안 나가더라구요.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어요. 브런치의 상술임을 알고는 있지만 "나도 엄연한 작가"로 가치를 부여받고 있으니까요. 브런치에 등재된 유일한 "파키스탄" 작가로서, 파키스탄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문작가라는 사명감도 스스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을 소개한 글은 넘치고 넘치지만, "작가"로 검색되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아, 물론 이건 작가 소개란에 "파키스탄" 단어만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긴 합니다.


유일무이 파키스탄 브런치 작가 인증샷


 세상이 좀 더 넓어진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직업 다양한 국가에 계신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구요, 그분들 작품을 통해서 세상을 간접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뉴스나 다른 채널로 접하는 정보들과는 친밀도나 그 깊이에서 차원이 다르네요. 저도 그분들께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소통하기가 무척 편해졌어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어어요~" 하면서 작품 링크만 전송해주면 되는데 이게 서너 시간 떠드는 것보다 정보 전달이 훨씬 쉬운 방법이거든요. 사실 저도 같은 이야기는 두세 번 반복하면 지겹고 입이 아픈데, 에너지도 아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히 알던, 아니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던 것들을 다시 공부하는 계기가 많이 되었어요. 뭐, 예를 들자면 파이잘 모스크에 다녀오긴 했는데 왜 이름이 파이잘인지, 안내문의 내용은 무엇인지, 내가 스스로 가이드가 되어 설명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을 방문기를 쓰며 작품으로 만드니 공부하게 되더군요. 아무도 안 읽어줘도 스스로 지식 함양이 되었으니 만족합니다만, 이왕이면 더 많이 읽히면 좋겠지요. 겸사겸사 홍보해봅니다.


https://brunch.co.kr/@ragony/27

 


Q6 : 구독자와 라이킷에 민감하신 편인가요?

A6 : 원래 저런 데 신경 쓰기가 싫어서 SNS는 일체 안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브런치를 단순히 글쓰기 플랫폼으로만 인지하고 입문했는데, 이거 사실 폐쇄형 SNS잖아요... 초창기엔 엄청나게 신경이 쓰였는데 석 달 정도 견디니 이제 조금 내성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 이런데 민감해요. ㅠㅠ 스마트폰에 브런치 알람은 받도록 설정되어 있지만, 무음으로 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체크하진 않아요. 댓글을 남겨주신 작가님들께는 꼭 답글을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댓글 자체가 같이 만들어가는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https://brunch.co.kr/@ragony/24



Q7 : 100-100-100 클럽이란 게 뭐죠? 작가님이 클럽장?

A7 :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실 필요 없으셔요.... 그냥 즉흥적으로 붙여봤습니다. 브런치 한지 100일 즈음 되어가고 마침 작품이 딱 100번째이고, 마침 구독자분이 100분 비스무리하게 모여서 재밌으라고 붙여봤어요. "브런치 활동 100일 이내에 100 작품 이상을 창작하고 1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브런치 계정"이라고 정의내려볼게요. 저는 100일 채우려면 아직 14일 남았으니, 하루 한 분 정도의 구독자를 더 확보하면 이 클럽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물론 그 새 구독하신 독자님들께서 구독취소를 안 한다는 전제도 깔려야 하는데... 벌써 많은 분들의 이탈을 확인한 바라... ㅠㅠ 라이킷과 구독은 작가에게 큰.... 아니지...흐흠.. 저는 이런 말 안 하기로 했어요. 안 할 거예요.



Q8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A8 :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순도 100% 내향인 성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멋진 파견기간을 지사 안에서만 갇혀있다가 복귀하면 너무나 아깝잖아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은 기록으로 남겨서 풍성한 브런치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랍니다.



Q9 : 애독자님들께도 한 말씀해 주시죠~

A9 : 변변찮은 글도 늘 함께 즐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전 세계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작가는 관심을 먹고 살지요. 여러분들 덕에 꾸준히 글을 올릴 동력을 얻는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100 작품 기념 기념 자체 셀프 인터뷰를 진행했으니, 오늘은 기념으로 셀프 팬아트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제 작품의 최애독자는 바로 접니다. 댓글이 하나 달릴 때마다 저 작가님은 어떤 심정으로 댓글을 다셨을까 공감하는 마음으로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봅니다. 신기한건요.... 그래도 저는 제 작품이 재밌어요. 아마... 다수의 작가님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추정해봅니다.



 뭐,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원판 공개가 된 저라서, 사기치지 말라는 항의가 벌써 빗발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팬아트"입니다. 저, 저렇게 안 생긴 거 알아요. 그래도 원판을 바탕으로 AI가 자동으로 보정한거니까,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며 우겨봅니다.


 파키스탄 현지인 이웃처럼~ 브런치 라이프도 정감 넘치는 삶을 이어가길 소망해봅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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