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라고 쓴 글이 포털 대문에 노출되는 기회를 잡았으니, 무척 기분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또? 하면서도 조회수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또 우쭐해진다. 많지는 않지만 대문글을 통해 유입된 독자님들 몇 분이 구독도 눌러주신다.
아, 그런데 이 묘한 압박감 및 찝찝한 기분.
나는 개작가보다는 파키스탄 사회문화경제 생활작가가 주캐인데. 주캐로 쓰는 글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선정되고, 개 이야기는 쓰는 족족 올라가는 이 웃픈 상황이라니. 앞으로 개작가 전향을 해야 하나? 연속 다음행이 앞으로 너는 이런 글만 쓰라는 듯한 압박 아닌 압박을 하는 것 같아 다음 글 시상을 못 잡고 헤맸다. 분명 다음 대문행은 무척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긴 한데, 은근한 후유증이 남는다. 그것도 주캐가 아닌 보조캐 글이 더욱 각광을 받을 때.
몇몇 브친님들께 짧은 댓글로 후유증을 호소했더니, 역시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계신다. "브런술"을 경계하라는 그분들의 사회비판 작품이 이래서 탄생했구나. 공감이 많이 된다.
후유증 치료에는 딴 일이 최고지.
이 곳 생활은 해외 격오지에서 군대처럼 지사 안에서만 갇혀 생활하는 환경이라, 사택 내부에는 최소한의 여가생활을 위한 복지가 제공되는데, 탁구대를 위시한 운동시설과 라운지에 TV 및 게임기가 비치되어 있다.
나는 젊었던 시절 게임광이었다. 게임광이긴 했지만 느린 감각과 운동신경의 소유자라 아무리 열심해 해도 또래들 평균 게임력을 따라잡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몰입해서 게임을 했을 때 마치 그 가상의 세계로 실제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쪼꼬만 PC 모니터가 서서히 무한 확장되면서 현실의 소리는 안 들리고 주변 사물과 경치까지 마치 게임 화면처럼 느껴지는 감각과 감정의 확장선.....?? 까지 경험하며 물아일체로 게임을 즐겨 본 X세대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고 주말에는 침대에서 중증환자처럼 꼼짝도 안 하고 누워있어야 다음 1주일 거동할 에너지를 얻는 지극히 내향적 인간이자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이라, 직장생활 이후부터는 게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의지력도 낮아, 금방 중독되는 성향으로 신작 게임이 나와도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도 있다. 입문했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또 폐인 될 거야.... 하면서.
그런데 거의 매일 브런치에 한 편씩 글을 올리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휴지기를 가지니, 여유시간이 좀 생겼다. 오랜만에 옛날 기분 좀 내 볼까? 비치된 게임 타이틀 중 눈에 들어오는 건 "The Last of Us" 타이틀. 도시가 폐허로 변한 아포칼립스 좀비물 게임인데 바이오해저드처럼 어드벤처 게임 중 상당히 찬사를 받은 게임이다. 거의 20여 년 만에 게임 타이틀을 잡으니, "우와~~~~~ 이게 그래픽? 실사라 해도 믿겠네~" 발전된 기술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신나게 며칠 퇴근 후엔 게임에만 몰두했는데... 역시 이 또한 후유증이 심하다. 밤새서 하고플만큼 재미는 있는데... Full 3D 게임에 3인칭 시점 조작이라... 조금만 오래해도 울렁울렁 멀미가 난다. ㅠㅠ ....그리고, 이미 노안이 와서 게임상의 힌트나 메시지 읽기가 힘들고, 이래저래 너무 피곤하다. 젊을 땐 빨리 부자로 은퇴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살고 싶었는데, 이것도 체력이 없으면 못하는 거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다.
역시 그래도 게임보다 글쓰기가 재밌다. 남이 만든 세계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보단, 내가 만드는 창작세계가 훨씬 생산적이기도 하지.
가상세계긴 하지만 며칠 바깥바람도 쐬었고, 어릴 적 향수도 느끼고 왔으니, 도로 브런치 복귀를 신고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