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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Oct 27. 2022

파키스탄 현지인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이번에는 서민형 가정식 행사(2022.10.26.수)

 파키스탄 온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하루 종일 파키스탄 현지 직원들하고 부대끼며 을르고 달래고 때때로 들었다 놨다 하다 보니 오만 정 다 들어 이제 좀 친해진 것 같다.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긴지라, 한국에 있으면 어딘가 불안하고 마음이 동동 떠 있는 것 같은데 파키스탄 지사에 돌아오면 "홈 스위트 홈~" 흥얼대며 평온함이 느껴진다.(그렇다고 마냥 오래 있고 싶은 건 또 아니다... ㅡ,.ㅡ;)


 어쨌건, 뭐가 진짜 내 마음인지 모르는 반국인으로 살고 있는데 요번엔 현지 직원의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날마다 얼굴 부대끼며 사는 관계인데 무조건 가야지 그럼그럼.


 직원의 집은 지사에서 멀지 않은, 차로 약 20여분 거리. 초특급 연회장에서 거행된 리선생님 아들 결혼식과는 달리, 서민 가정집에서 조촐하게 피로연(=왈리마)을 여는 모양이다.


 조금만 사전에 설명을 하자면, 파키스탄의 결혼식은 길게는 1주일도 한다는데, Rasm-E-Hina(라즘-에-히나), Barat(바랏), Walima(왈리마) 각 3일에 걸쳐 다른 날에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 Rasm-E-Hina(라즘-에-히나) 행사일 이전에 Mayoun(마이융)이라고 신부를 준비시키는 별도의 사전행사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 파키스탄 결혼문화에 대해선 예전에 주말을 꼬박 바쳐 상세하게 썼던 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셔요~ (너무 자세해서 좀 논문 같은 게 흠....)


https://brunch.co.kr/@ragony/18

https://brunch.co.kr/@ragony/23

https://brunch.co.kr/@ragony/25




 나는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AJ&K(아자드 잠무 & 카슈미르) 주에 살고 있는데, 긴장도가 높은 지역이라 외국인은 반드시 경찰 에스코트 하에 이동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사적인 결혼식에 가는 길도 경호차량을 동반해서 가야 하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규정이 그런 걸 어떡하냐... 내, 그래서 어지간하면 지사 밖으로 안 나가려 하는 편이다. 서로 부담스럽고 번거롭잖아.


 뭐, 어쨌든, 오늘은 지사 꽃미남 결혼식이니 지사 내 대부분의 직원들도 같이 하객으로 가는 길이라 크게 부담이 없다. 경호원도 운전사도 다 아는 사이니까. 퇴근 이후 현지 전통복(샬와르 까미즈)으로 갈아입고 초대받은 곳으로 향했다. 멀지는 않았는데 꼬불꼬불 골목길을 헤쳐가다가 더 이상 차를 돌릴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가서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야만 길이 보이는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몇 지나고 나서야 불이 켜진 집이 보인다. 이렇게 깜깜한 곳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늘만 맑으면 밤에 별은 잘 보이겠네~


 오늘의 주인공 신랑이 집 입구에서 손님들을 영접하고 있다. 주인공답게 영화대상 시상식에 입고 갈법한 멋진 드레스를 쫘악 빼 입고 있다. 보기 좋으네~ 역시 행사빨 옷빨이지. 나도 VIP 하객답게 순백색 샬와르 까미즈 입고 갔으니 손님으로서의 예도 어느 정도 갖춘 것 같다. 현지 전통복 입으니 역시 다들 반응이 좋다.


 Walima(왈리마) 행사는 사실 별 게 없다. 신랑 가족들하고 일일이 껴안으며 무한히 축하하고, 질릴 때까지 그룹 포토 찍고 밥 먹고 오는 게 끝이다. 우리나라 결혼식 피로연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Walima (왈리마) 하고 지난번 이슬라마바드 연회장 Walima (왈리마) 하고 차이는, 단 한 명의 여성 가족을 만나지 못했으며 심지어 신부 얼굴도 못 봤다.(아니, 결혼식인데???) 지난번 리선생님 아들 결혼식 때는 비교적 여성가족도 다 소개받고 별 차별이 없었는데, 거기는 도시고, 여기는 시골 중에서도 가로등도 없는 깡촌이니 같은 파키스탄 안에서도 문화가 다른가 보다(시골이 아무래도 더 보수적인 듯). 주의할 게, 여성가족 안 보인다고 어딨냐고 물어보면 안 된다. 아무리 집에 초댈 받아도 상대방 여성가족 안부를 묻거나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먼저 말 걸거나 악수를 청하는 것은 매우 큰 결례라고 한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결혼식인데 신부 얼굴도 안 보여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서 계신 파란 정장이 오늘의 신랑

 잔치음식은 이제 어딜 가나 대부분 비슷하다.

 치킨 로스트, 치킨 커리, 비프 커리, 짜파티, 풀라오, 샐러드, 스위트 라이스, 끼르 등. 자주 먹어서 이제 아주 친숙한 맛인데, 음식 종류가 이제 이게 전부인가? 하는 아쉬움도 조금 든다. 설마 더 있겠지. 이게 잔치상의 선호 메뉴라서 내가 자주 보게 되는 것뿐일 거야.



※ 개별 음식 세부 소개는 예전에 썼던 글 소환합니다.

https://brunch.co.kr/@ragony/114


 일반 가정집에서 이 많은 손님을 모실 공간이 있을 리 없다. 앞마당에 널찍한 텐트를 치고,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를 차려두었다. 이런 것만 전문적으로 해 주는 이벤트 업체가 있나 보다. 대규모 상업 홀을 빌리는 것보다는 집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 의미가 더욱 커 보이긴 했는데, 이거 다 설치하고 철거하고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의금 문화도 한국 비슷하게 있는데, 보통 왈리마 때 하객이 떠나기 직전에 혼주 또는 결혼당사자 손에 쥐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축의금 접수 테이블 같은 건 없다. 친분에 따라 보통 3~5,000 루피(2~3만원) 정도를 건넨다는데, 여기 최저임금이 한 달에 채 3만루피(20만원)가 안 되니까 적지 않은 금액이다.


 어쨌든 오늘도 배가 터져라 먹고 와서 이 야밤에 힘들어서 하악하악 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야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아서..... 이담에 어디 또 초대되서 가게 되면 아무리 권해도 제발 좀 조금만 먹어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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