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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r 29. 2023

브런치와 브런치스토리, 몽쉘통통과 몽쉘

대중에게 브랜드 각인이란

"여보, 그거 알아? 몽쉘통통이 아니고 몽쉘로 바뀐 거?"


집에 계신 여사님께서 느닷없이 질문을 던진다. 마침 애들 간식거리로 몽쉘통통을 포함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사 온 직후였다.


"응? 정말? 언제부터? 나, 처음 듣는 말인데???"


엇. 다시 과자상자를 들어서 찬찬히 살펴본다.



"헛. '통통' 어디 갔어? 진짜 없네??? O.o? o.O?? O.O???"


나는 몽쉘통통이 출시된 뒤부터 항상 몽쉘통통인 줄 알았다. 너 대체 언제 개명한 거냐? 모르면 네이버/구글. 참 친절하고 편리한 세상이다. 바로 나온다.


[나무위키 : "몽쉘" 부분발췌]

롯데제과에서 만든 제과형 과자.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1987년부터 출시한 '크림파이'에서 시작되어, 하양 파랑의 옷을 입은 '샤르망'을 거쳐, 몽쉘통통으로 진화했다. 당시 가격이 초코파이의 2배인 2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몽쉘통통은 프랑스어로 '나의 친애하는 삼촌/아저씨'라는 의미로 발음은 '몽 셰르 통통(Mon Cher Tonton)'. '통통'이 살이 찐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을 우려하여 1999년 '업그레이드 몽쉘'을 내놓으면서 몽쉘로 바뀌었다. 발음이 [mɔ̃ ʃɛʁ]이므로 외래어 표기법 상으로는 '몽셰르'가 적합하다.

처음 발매 당시 CF에서 외국인 교수가 내뱉은 "이 맛이 정답이네~!"로 유명하며, 한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https://namu.wiki/w/%EB%AA%BD%EC%89%98


 크림파이하고 샤르망은 기억에 없고, 몽쉘통통부터 기억이 나는데 대충 1990년대 전후가 되는 것 같다. 아, 그런데 1999년부터 "몽쉘"이 되었구나. 그럼 "Mon Cher Tonton(나의 친애하는 아저씨)"이 원 어원인데, "몽쉘"은 뭐가 되나? "나의 친애하는"만 남는 건가? 음, 어문학적으로 그리 깔끔한 작명은 아니구나. 프랑스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다 하겠네...


 "통통"이 통통한 파이라는 뜻이 아녔구나. 그때도 광고에서 설명해 줘서 알긴 알았던 것 같긴 한데 언어와 문화가 가진 힘은 결국 "통통한 사람" 또는 "통통한 물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니까 "이거 먹으면 살쪄" 느낌의 "통통"이 빠진 거구나. 그렇지. 작명은 중요하지.


 1999년에 개명이 된 건데 내 머릿속에는 무려 20년이 넘도록 "몽쉘통통" 각인이 지워지지 않았다. "몽쉘"은 제과 시장에서 장수하는 제품이고 인기가 많다. 지금은 초코파이보다 싸지만, 첫 출시 때 초코파이 딱 두 배 가격으로 출시한 제품이라, 지금도 초코파이보다 고급진 과자라는 인식이 내게는 있다. 초코파이 본연의 맛도 좋아하지만, "몽쉘"에는 여전히 초코파이보단 고급진 감성이 있단 말이다. 그런데 맛이고 고급감이고 떠나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몽쉘보다는 "몽쉘통통"이라고 부르고 싶고 이미지를 그렇게 기억한다. 대중에게 한 번 각인된 브랜드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잊히거나 바뀌지 않는다.


 내가 20년이 넘도록 몽쉘이 몽쉘통통으로 바뀐 걸 인지하지 못한 데는 롯데제과 홍보팀과 일반 판매상들의 탓도 크다.

 저 봐바요. 판매자들도 모르잖아요, 이름 바뀐 거. 이거 오래된 사진 아니고 2023년 3월 29일에 캡쳐한 인터넷 판매상들이란 말입니다.


"몽쉘통통"은 없고 "몽쉘"을 파는데, "몽쉘통통"을 판다고 광고하면 이거 소비자 기망행위 아님? "몽쉘" 말고 "몽쉘통통" 달라고. 소비자 기망행위로 판매사에 소송을 걸면 심리적 위로금을 받을 수 있으려나?




 브런치가 개명했다.

 며칠 전 스포일러를 살짝 띄우길래, 뭔 또 헛짓거리를 하나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도 우려했던 방향 하곤 달라 다행이다. 아마도 아예 새로운 작명을 가져다 붙였더라면 적잖이 거부감 들고 실망했을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


 음. 크게 나쁘진 않다. 그렇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이거 띄워서 써야 하나 붙여서 써야 하나 고민이 된다.

"단일 브랜드"로 론칭한 거고, 운영진에서 먼저 붙여쓰니까 띄어쓰기 없이 붙여서 씀이 맞지 싶은데, 그냥 어색하고 안 예쁘다. 어쩐지 콕 띄우고 싶다. 맞춤법 검사를 해본다. 와~~ 별 걸 다 지적하면서 "브런치스토리"는 지적 안 하네. 브런치 운영팀(아니지, 브런치스토리 운영팀이라고 해야 하나) 꼼꼼하구나. 벌써 이걸 넘김 단어로 등록해 놨구나.


 "브런치"의 언어유희를 활용해서 가끔 저런 시상의 전개도 즐겨보는데, 이제 그것도 이 글하고 맞지가 않네.


 모처럼 한국 지인들과 골프 회동 후 즐기는 브런치(글쓰기 브런치 아니고 진짜 아침 겸 점심 브런치).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를 먹고 왔으니 브런치에 브런치를 먹어본 글을 꼭 써야만 할 것 같아 기억이 식기 전에 써 보렵니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의무감)

https://brunch.co.kr/@ragony/85


 어디 가서 "브런치 작가"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안 맞는 게 된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라고 해야 맞다.

 아이 띠. 모든 게 다 귀찮아졌잖아.


 잠깐, 잠깐. "브런치스토리"가 정식 브랜드면, 홈페이지 주소도 바뀌는 게 맞잖아?


http://www.brunchstory.com/

http://www.brunchstory.co.kr/


 헛. 안 열린다.(향후에는 열릴수도 있음. 어디까지나 2023년 3월 29일 현재기준)

 방어 목적으로 도메인 등록만 해놓고 연결서비스 안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이거 제3자가 악용할 수도 있으니 미리 방어해 놓으시길 추천드린다.


 그리고, 운영자님. 여기저기 많이 바꿔놓긴 했는데, 개명이 되었으면 다 바꾸셔야죠.


 "구독과 연재의 매력을 더하는 브런치스토리 개선 소식!"

 "브런치스토리에 담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브랜드 운영원칙에 비추어보면 이렇게 쓰는게 맞다구요.


 뭐, 어쨌든, 우얏든, 브런치 운영진이 큰 뜻이 있어 브런치브런치스토리로 바꾸겠다는데 일개 소시민이 뭔 말을 할까 싶냐마는, 난 그냥 기존 브런치가 별 불만이 없었는데, 갑자기 글쓰기 플랫폼의 명칭이 길어져서 좀 귀찮다. 그리고, 간결 간단한 "브런치"보다 뭔가 띄어쓰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기다란 길이의 "브런치스토리"가 어딘가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광고없고 군더더기 편집이 없는, 글쓰기만에 집중할 수 있는 미니멀한 컨셉의 글쓰기 플랫폼 아닌가. 그럼 브랜드명도 간결해야지. 브랜드명이 길어지면 미니멀한 컨셉하고 안 맞게 느껴진다.


 성향 자체가 비판 만렙 작가인지라, 오늘도 변화를 알아채리자마자 후다닥 갈겨쓴 짧은 감상이지만 이 모든 게 다 브런치에 변함없는 애정을 쏟는 열혈 작가라 그런 거라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아마도, "브런치"는 일반 명사라 고유상표로 등록하기가 힘들테니까 "브런치스토리"라는 고유상표를 변경개발한게 아닐까 싶긴 한데, 그건 그거고 내 감성은 내 감성인거지.


 몽쉘통통몽쉘로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내 맘에는 여전히 몽쉘통통이듯, 나 그냥 "브런치"로 부르고 쓰고 말란다. 


"브런치스토리"


 너무 길고, 쓰기 귀찮고, 보기 불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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