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6. 2023

길깃 행 항공편이 취소되었습니다

여행계획의 급작스런 변경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 맞는 Eid Ul-Fitr(2023년 4월 21일~4월 25일, 5일간 연휴).

 첫 이드는 Eid Ul-Fitr라고 해서, 무슬림들의 단식 기간인 라마단을 성료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의미가 크고 두 번째 이드는 Eid Ul-Azha로 아브라함이 신께 양을 바친 의식을 기념하여 열린다.(좀 더 자세한 얘기는 이전에 썼던 브런치북 참조.)


https://brunch.co.kr/@ragony/111


 작년 첫 이드 때는 분위기 적응 차 당직근무를 자처하며 지사 내에서만 모든 시간을 보냈지만, 파견기간이 올해 종료되는 관계로 Eid 연휴를 다시 당직근무로 소진해 버리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저차 진통 끝에 당직근무자가 정해지고, 나는 어디서 뭘 하나 고민하던 차, 파키스탄의 또 다른 파견한국인이 파키스탄의 유명 여행지 훈자(Hunza)로 여행 갈 거라는 계획을 전해 들었다. 혼자 어디가긴 심심할뿐더러 여행계획 세우기가 너무나 귀찮았는데,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경비도 아끼고 말동무도 하고 좋겠다면서 여행 합류 제의를 반겨준다. 우리 여행계획이 소문나서 또 다른 법인의 법인장님까지 합류하셔서, 나 포함 총 3인의 파키스탄 한국 파견자들의 3박 4일 훈자 여행계획(2023년 4월 22일~4월 25일)이 수립되었다.


 훈자, 배낭여행객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름 유명한 세계적 관광지이다.

 접근성이 매우 나쁜 오지 중 오지이지만 자연경관이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우며, 맑은 공기와 깨끗한 하늘을 자랑하는 건강한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평균 고도가 해발 2,400m가 넘고, 사방이 설산이라 스위스 산악지대와 무척 비슷한 인상을 준다. 유명한 재패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 백과사전을 참고바람.


 https://ko.wikipedia.org/wiki/%ED%9B%88%EC%9E%90_%EA%B3%84%EA%B3%A1


https://namu.wiki/w/%ED%9B%88%EC%9E%90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파키스탄 국제항공(Pakistan International Airlines)이 운행하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길깃(Gilgit) 공항까지 이동(본 비행 1시간) 후 공항에서 훈자까지 대중교통 또는 렌터카를 이용하여 이동(약 3시간)하면 된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행기가 취소되는 사례가 매우 잦다. 길깃 공항은 계곡 사이에 위치해서 비바람 난기류 등의 기상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운행기종이 노후해서 기체정비를 이유로 취소되는 일도 있다.

 운행기종은 아래 사진과 같은 에어버스 계열사 중 하나인 ATR사가 만든 쌍발 프로펠러 항공기 ATR-42 기종. 대략 50여 명이 탈 수 있다. 조금 큰 버스 같은 느낌? 대한민국 공군 수송기인 CN-235랑 비슷하게 생겼다.

내가 훈자 행으로 탔어야 했...을 파키스탄 항공 ATR-42 기종 항공기. 기체결함으로 운행취소됨.


[나무위키 : ATR-42 기종에 대한 아주 자세한 소개]

https://namu.wiki/w/ATR%2042


사고 사례도 많아서... 자세히 다 알면 못 탄다.


 둘째, 이슬라마바드에서 렌터카(기사 포함)를 이용해서 훈자까지 가는 방법.

 실제로 가 보니 이슬라에서 길깃까지 약 13시간, 길깃에서 훈자까지 약 3시간. 도합 약 16시간 걸림. 가다 보면 허리가 무척 아파온다... ㅠㅠ

내가 직접 가 보고 하는 말인데, 좀 비싸더라도 큼직한 4륜 구동 SUV로 렌트하시길 강력히 권한다. 다 이유가 있다.


 셋째,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까지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이슬라 터미널에서 훈자까지 14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그건 승용차로도 불가능하다. 훈자에 사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참조하면, 통상 편도 하루(24시간)가 더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시간표 믿지 말 것. 이건 도로가 최상일 때만 가능한데, 보통 이거 1.5배~2배쯤 걸린다.


 이드 연휴는 길지 않고, 훈자에서 볼 건 많다고 하니 돈으로 시간을 사는 편이 가장 합리적일 듯했다. 미리 항공편을 예약하고, 새벽에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사전에 다 약속을 하고 전날 조금 일찍 잠들었는데, 스마트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어? 벌써 새벽인가? 얼마 못 잔 것 같은데??? 아, 아니다. 같이 여행 가기로 약속한 후배직원 L차장의 전화다. 무언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다.






"지사장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길깃 행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운행이 취소되었다고 이제 막 연락이 왔습니다."


8시 이륙 항공편인데, 전날 밤 11시 30분에 취소문자가 왔다. ㅠㅠ
---------------------------------
Dear Customer, Your PNR*8K9JLT flight  for GIL on 22.04.2023 08:00  is cancelled. For alternate travelling, you may contact nearest PIA Ticket Office or PIA Contact Center. We regret the inconvenience caused to you and appreciate your patience in this regard. Thank you for your choice of the National carrier. PIA Contact Centre +92 21 111-786-786.


"아이고, 저런. 이런 난감할 데가... 그래, 이제 어째야 되나요?"


"여행계획을 아예 취소하거나, 렌터카를 긴급 수배해서 육로로 가는 방법 둘 중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육로 이동은 약 12시간(이때만 하더라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까지 12시간이라고 잘못 이해함. 12시간은 이슬라에서 길깃까지 최소시간임)이 걸린다고 합니다."


"모든 걸 세팅 다 했는데, 지금 와서 취소하기엔 너무 아쉽죠. 힘들긴 하겠지만 육로 이동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보죠."


"알겠습니다. 그럼, 렌터카 수배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몇 십분 후 연락이 왔다. 렌터카 및 기사가 수배되었고 당일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걸로. 지금이 대충 12시 반인데... 딱 세 시간만 자고 나갈 준비를 해야겠구나.


 약속된 시간에 지하주차장엘 내려가니, 연식은 좀 되어 보였지만 튼실해 보이는 상남자 스타일 SUV가 한 대 서 있다. L차장과 O법인장님도 모두 합류했고, 이제 출발. 기사님까지 해서 차 한 대 딱 4명. 가는 길에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하면 뭐 하나. 일단 가보자고.


비몽사몽간에 출발하느라 출발샷을 못 찍음. 차내 샷으로 대체. 출바알~~~!
12시간은 무슨... 16시간 걸림. ㅠㅠ
이전 01화 프롤로그 - 파키스탄 훈자 여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