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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15. 2023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읽고 느낀 점

 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왜 경건한 광복절에 저는 유감이 잔뜩 담긴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지난 3월, 삼일절 대통령 기념사에 쓴 제 글은 아무런 울림이 없었나 봅니다. ㅠㅠ


https://brunch.co.kr/@ragony/228


 이번에 쓰는 제 글도 별 울림은 없겠지만 그건 그거고 가만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 뭐가 유감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써 보렵니다. "공산전체주의자"가 쓴 교란행위로 찍혀 정부에 끌려가려나요? 살짝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일단 저질러봅니다. 잡아가더라도 부디 제 글은 지우지 마세요.


1. 일단, 전문을 모두 읽어야 합니다. 비평을 할 때는 사소한 단어 한 두 개에 집착하면 안 되고 전체 문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잎을 보기 전에 나무를 먼저 보고,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보고, 숲을 보기 전에 지형을 먼저 보고, 그 보다 먼저 지구를 보고, 태양계를 보고, 우주를 보고 오면 더 좋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습니다.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국가 계속성의 요체요, 핵심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자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공산 침략에 맞서 유엔군과 함께 싸워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그 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를 성공시켰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고 한미동맹을 구축한 지도자들의 현명한 결단과 국민들의 피와 땀 위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입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과 첨단 기술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한미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입니다.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입니다.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입니다.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제연대의 모범입니다.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대서양, 유럽 지역의 안보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NATO와의 협력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선상에 놓여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책임 외교와 기여 외교를 수행하는 것은,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동시에 바로,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길입니다.

정부가 공적개발원조, 국제 개발 협력,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지원에 재정을 투입하고 힘을 쏟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출범 이후 안팎의 도전과 글로벌 복합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번영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됩니다.

생사가 걸린 안보에서 협력하는 관계는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경제와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확고한 글로벌 안보 협력의 기반 위에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출과 투자를 늘리고 첨단 과학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기업 중심,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기조를 튼튼히 세우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추진하였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타개하고 건전 기조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국가의 핵심 사회 정책으로 채택하여 정치 복지에서 약자 복지로 재정 지출 기조를 과감하게 전환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고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 체계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하고, 특히,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되어야 합니다.

투자의 걸림돌인 킬러 규제는 빠른 속도로 제거하고 나눠먹기식 R&D 체계를 개편하여 과학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입니다.

과학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사람입니다. 결국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 과학 기술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가 협력하여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고등교육을 빠른 속도로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교권이 존중받고 교육 현장이 정상화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는 규칙이 바로 서야 하고, 교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규칙을 세우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자신의 당대에 국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암흑의 시기에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를 찾아 출발한 대한민국의 여정은 지금 우리에게 자유와 독립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해야 하는 역사적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오래전 자유를 찾아 출발한 여정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여정은 과거와 달리 외롭지 않습니다. 전 세계 많은 친구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2. 말에도 힘이 실립니다. 말하는 사람의 어투, 눈빛, 자세에서 글에서 담지 못한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으니 기념사의 영상을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본 다음 판단해 봅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CIx5f8q3HI




 훌륭한 연설을 들으면 마음속이 어딘가 뜨거워지고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이 드는데, 아,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거 어디서부터 또 말을 꺼내야 할까요.....ㅠㅠ


1. 일단 큰 줄기부터 맥락을 정리해 봅시다.


1.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독립한 후 성공했고 북한은 공산주의 고수해서 망했음. 그런데 여전히 공산전체주의가 활개를 치고 반국가활동을 함. 가만두지 않겠음.

2. 한미동맹 중요함. 그리고 한일동맹도 중요함. 사흘 뒤 한미일동맹 도장 찍고 오겠음.

3. 현 정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나열 : 글로벌 협력하에 세일즈 외교 중임. 민간 중심 시장경제 강화하고 정치복지에서 약자복지로 전환했음. 건설 카르텔 가만 안 두겠음. 인재 양성에 힘쓰겠음. 교권을 바로 세우겠음.

4. 맺음말 : 세계시민이 되어 역사적 숙명을 받아들이자. 세계가 응원하고 있다.


 챗GPT 안 쓰고 요약하려니 힘드네요... 그런데 경축사를 딱 듣자마자 생각이 드는 게, 이거, 815 경축사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625 기념사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요. 815 광복절은 일제 치하에서 갖은 고생하다 독립한 날 아녔나요? 공산정권하고 치고받고 싸우다 갈라선 날이었나요? 어... 제가 잘못 알고 있었을까요?


 TPO 옷차림이란 게 있습니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게 옷을 입어야 결례가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마찬가지로, 조직을 대표해서 축사 기념사 등을 할 때는 그 행사에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졸업식 축사라면 사회에 첫 발을 떼는 졸업생들을 축복하며 성공을 기원하는 말이 될 것이고 건설 준공식 축사에는 그 간 건설공사에 이바지 한 임직원 및 협력사 노고 치하, 지역주민 및 지자체 협력에 대한 감사 등이 당연히 들어가야 할 말일 것입니다. 졸업식 축사에서 한미동맹을 운운한다거나 준공식 축사에서 저출생 대책 등을 운운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듣다 보니 저 비슷한 기분이 좀 많이 듭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할 말 안 할 말이 규정으로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누구나 기대하는 연설의 플롯이 있습니다. 순국선열에 대한 존경과 감사, 독립 후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 온 국민에 대한 존경과 감사, 여전히 불편한 일본에 전달하는 메시지 및 대일 외교 전략 방향, 국가 미래 청사진 등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설문은 좀 많이 생뚱맞습니다.


 아니 왜 광복절 경축사에 첫 중심단락부터 "공산전체주의"인가요? 이 기념사가 공산정권과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었던 625 전쟁 기념사라면 제가 이해를 해요. 그런데, 일제치하에서 독립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 아닌가요? 그때 일제가 공산전체주의였나요? 아닌데. 제가 알기론 광기의 제국주의였는데요.


 그리고 연설문 전반의 문맥에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이분법이 강하게 깔려있어요.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대통령의 화법에서도 이분법인가요? 가뜩이나 사회가 점점 갈라치기와 편가르기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시대,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열을 강화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저는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우리 사회가 완전한 "자유민주주의"인가요? 아닙니다.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 다양한 이념이 한국식으로 섞여있는 나라예요. 한국이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은 코로나19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 개인정보의 보호 등은 얼마든지 무시되는 게 당연시되었고 그것 때문에 유럽에서 지적을 많이 했다는 거 모르나요?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지금 진행 중인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집단항명 수괴" 사건이 회자되는 것도 대한민국 오늘의 현실입니다.


https://brunch.co.kr/@ragony/311


 아니, 지들이 저지르면 "자유민주주의"이고 남이 제안하면 "공산전체주의"인가요. 국가통치체계와 정치이념이란건 딱 하나의 이론이 아니잖아요.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해당 정치구조를 자국의 이익과 사회구조에 잘 맞게 각색해 가며 도입해서 운영 중인 건데요. 미국이 완벽한 "자유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인가요? 그럼, 자유무역의 기본원칙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며 지들 마음대로 정한 배터리 관세,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뭔데요?


 저는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공산주의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기초수급대상자들이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아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요. 소득자에게 국민연금과 국민의료보험을 강제하는 것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어디까지가 참된 자유 민주주의 정책이고 어디까지가 발붙이면 안 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책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겠어요. 어릴 때 학교에선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교육받았는데, 어른이 되어서 지켜보니 특정 이념을 무조건 나쁘다고 교육하는 행위 자체가 나쁜 거였어요.


 연설문의 맥락에는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를 "공산전체주의"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보입니다. 특정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가 "공산전체주의"일 수는 있겠으나 진보 운동가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됩니다. 정부의 정책만 선한 것이고 진보 야권의 제안은 "공산전체주의"인가요? 연설문에 그렇게 단정적으로 쓴 건 아니지만 전체 맥락이 저는 꼭 그렇게 느껴져요. 비판과 건전한 제안을 듣지 못하는 정권 그 자체가 독재정권이며 자유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거 아닌가요?



2. 조목조목 뜯어봅시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지난번에도 지적을 했는데 또 나왔어요.ㅠㅠ

 유가족은 위로의 대상이지 감사의 대상이 아닙니다. 물론, 독립열사 유가족 분들의 헌신과 희생, 지원에 감사하다는 의미를 이해 못 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유가족 여러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해야지, 유가족 그 자체에 감사하는 것은 엄청 이상한 일이 되잖아요. "가족분이 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장례식장에 유가족분들 위로하러 가지 그분들께 감사하러 가지 않잖아요. 맥락상 뜻은 이해하지만 문구의 표현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한국적 정서가 아닐뿐더러 매우 불편해요.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권리를 활용해서 자유의사를 표한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요?

 그리고 어디까지가 "전체주의 세력"인가요? "지금부터 너 전체주의"라고 지정해 버리면 전체주의인가요? 아, 글을 쓰는 저도 전체주의 세력일까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갑자기 80년대 안기부, 삼청교육대가 오버랩된다고요... 이래서 대통령 슬로건이 "다시, 대한민국"이었던 것인가요?


https://brunch.co.kr/@ragony/118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입니다.

 기승전 배경도 논리도 하나도 없고 갑자기 등장한 일본. 삼일절과 똑같네요. 올해도 "일본은~ 파트너"이군요. 이번 정권은 이제 그냥 사과 같은 건 안 받기로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에효, 그래서 "개사과" 짤을 올리셨던가요...



 그나마 이웃국가 중 민주주의 채택을 하고 있는 이웃국가인 일본과는 사이가 좋아야죠. 그걸 반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일본에 파트너 국가라는 국격을 부여하려면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를 먼저 구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내가 대통령이니까 내 마음대로 "일본은 ~ 파트너"라고 단정해버려도 괜찮은 걸까요?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입니다.

 와아... 정말.... "공산전체주의" 언급보다 제가 더 황당한 문장입니다.

 국군통수권자 대통령님. 아무리 군대를 안 갔다 오셨다지만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닐까요?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요인은 "우리 국군"입니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령부 기지는 북한 남침을 억제하는 요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최대"는 될 수 없습니다. 이 문장은 마치 우리 국방을 일본에 있는 유엔사령부에 몽땅 위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말이 대한민국 국군 최고 통수권자 입에서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휴전선에서 철야경계서고 있는 우리 국군들은 그럼 뭔데요? 저쪽이 "최대"니까 "차선 요인"쯤 되나요? 아 진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출범 이후 안팎의 도전과 글로벌 복합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무너진 자유시장경제". ㅡ_ㅡ

 여기서 질문. 우리 대한민국 시장경제가 언제 무너졌나요? 몇 년 몇 월 며칠부로? 그걸 누가 무너뜨렸나요?

 이거 설마 IMF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럼 인정. 그런데 문맥상 그거 아닌 거 같은데요?

 이런 말이야 말로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 아닌가요?

 대통령의 입은 책임이 있고 무거워야 합니다. 말짱한 자유시장경제를 "무너졌다"라고 대통령이 직접 단정해서 얻을 게 뭐가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광복절 축사 자리에서 그렇게 전 정권을 공격하고 싶으셨나요? 그래서 속이 시원하신가요?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하고, 특히,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되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문법 지적을 좀 할까 합니다.

 한국어는 문장 속 주어가 자주 생략되어 주어를 상상하며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학습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해당 문장은 중문입니다. 두 문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하고"라는 첫 문장은 "(정부는)"또는 "(우리는)" 정도의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되어야 합니다." 뒷 문장은 주어가 "카르텔은"으로 "혁파되어야 한다"는 수동태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잘못된 문장은 아니지만 1:다 대중이 듣는 연설문에 어울리는 문장은 아닙니다. 대중이 이해하는 연설문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중요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급적 주어가 생략되는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이런 류의 중문은 문장구조를 대칭적으로 만들어야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나는 밥을 먹고, 숙제를 했다" - "나는 밥을 먹고, 숙제는 행하여졌다". 저는 연설문에서 쓰인 문장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요.


 "정부는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할 것이며, 특히,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 철저히 혁파시킬 것입니다."


 제가 명문장가는 아니지만, 기존 문장과 대비해서 읽어보셔요. 그리고 제가 고친 문장이 더 잘 이해되고 수긍이 되신다면 해당 연설문 문장, 누가 썼는지 찾아서 혼 좀 내주세요.


투자의 걸림돌인 킬러 규제는 빠른 속도로 제거하고 나눠먹기식 R&D 체계를 개편하여 과학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입니다.

 카르텔, R&D까지는 이해합니다. 짬짜미, 연구개발 등 대체할 우리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어감이란게 있으니 어떨 땐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킬러 규제"이건 또 뭔가요? 없던 용어까지 외래어 수식어를 붙여 억지로 만들 필요가 있었던가요? 어감도 공격적인 "킬러"라는 영어를 꼭 대통령 말씀에 담아야만 했을까요? 그냥 "악성 규제"라고 하면 의미전달이 이상한가요?

 대통령의 말씀에 일반인 입에 익어 흔히 쓰는 말도 아닌 단어를 억지로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 어색해보입니다. 더군다나 광복절 기념사같은 중요행사의 말씀자료는 영원히 기록되는 국가의 사료인데 말씀의 국격을 낮추는 것처럼 보여요. 알아들으면 됐지 뭘 단어 하나까지 시비거냐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국가행사의 대통령 말씀은 단어 하나까지 신경써야 하는 말 맞습니다. 그게 국격이니까요.




 조직을 대표해서 전달하는 말에는 책임과 권위가 동시에 부여됩니다. 조직을 대표해서 말을 할 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안 되며 조직의 입장과 가치를 포괄해서 말해야 합니다. 이는 조장, 반장 등 작은 조직의 장에서부터 장관, 대통령 등 거대국가조직까지 모두 통용되는 기본입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새로운 기치와 국가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고유권한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말이 나오거나, 국민(국군, 야권 포함)을 폄하하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되며, 특히나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말이 나와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대통령이라 할 지라도 가지지 못한 권한입니다.


 지난 삼일절에 이어 이번 광복절 경축사도 매우 매우 유감입니다.


 발전이라고는 0.1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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