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들의 주먹밥, 겨레의 늠름한! 군가, 에어컨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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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리 ~팜플로냐
Zubiri ~ Pamplona
아침이 밝았다. 야호!
항상 목표는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출발하기.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7시 한참 지나 일어나고 출발은 8시쯤.... 그나마 이때는 양반이었다. 나중에는 알베르게 직원이 와서 께워주기도 했다. 어디 아프니? 하면서..
그래도 늦게 나가면 좋은 점! 누구보다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걸음이 빠른 편이라 먼저 간 사람들도 금방 따라잡는 식이라 주우우욱 지나가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오늘 코스는 완만한 내리막길들이 많이 펼쳐져있는 것으로 생장의 사무실에서 받은 안내표를 통해 확인했다. 전날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까지 오는 속도를 보니 한 시간에 약 4~6km 정도 걷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내 속도에 비례하여 이동 가능한 거리를 계산해두면 다음 일정을 계획할 때 미리 예상하여 견적을 내어볼 수 있다. (추천)
이처럼 수비리에서 팜플로나 지나는 길에는 아주 많은 마을들이 깔려있다. 이 말인즉슨 점심 걱정할 필요 없이 출발해도 된다. 가는 길마다 Bar가 널려있으니 먹고 싶을 때 근처에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길이 험해서, 경사가 가팔라서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전날 개울가에 옷 벗고 놀아 피부에 약한 화상이 입은 것과 날이 너무 더워 나트륨 배출이 많아 힘들었던 점. 요 두 가지를 제외하면 팜플로나를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첫날 생장에서 오리손 혹은 수비리까지가 보통의 일반적인 하루 코스이다. 그런데 성수기에는 수비리에 알베르게 자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럴 때 다음으로 가는 곳은 라라소냐(Larrasoana) 마을. 수비리로 가는 마지막 4km가 정말 발 아프고 힘든 구간이기에 수비리에서 남는 알베르게가 없다는 것은 아~주 정말적인 소식일 수 있다. 더군다나 늦게 도착하는 순례자는 보통 걸음이 느리거나 체력에 따라 천천히 온 경우가 많았었다. 이런 상황에 다음 마을까지 가라는 것은 아주 슬픈 소식. 그래서 혹 성수기에 걷고 있다면 이 코스는 알베르게를 먼저 알아보길 추천..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목적지가 조금씩 달라진다.
1. 대도시를 원해 다음 목적지를 대도시로 정하는 사람들 ( 마치 나처럼 팜플로나로 )
2. 혹은 작은 마을을 선호하여 그에 맞추어 걸어가는 사람들의 부류로 나뉜다.
우선 팜플로나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한식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라면, 고추장, 찌게 이런 음식들이 그리워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에 첫 중국인 마트인 팜플로나로 향하였다.
전우여! 들리는가!
걷다 보니 어김없이 친구들을 만난다. 요즘 같은 로나코 시국에 가장 사회적 거리가 잘 지켜지는 거리가 아닐까? One-way로 가다 보니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 나아간다. 양방향 통행이 극히 드믈어 오히려 가장 좋은 방향이 아닐는지? 분명 이 길을 걸을 때쯤에는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곧 변하게 된다. 아주 극적인 방향으로.
오늘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부모님을 따라온 청년과, 스페인어 전공에 두 번째 까미노를 걷고 있는 친구.
걸어가는데 저 앞에 가방을 삐뚤게 매고 있는 친구가 있기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혹시 어디 아파서 가방을 기울여 멘 것인지 물었다. 혹여나 저렇게 걷다 신체 균형이 께져 나중에 걷지 못하게 될까 봐였다. 내가 괜한 참견을 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모르고 있었고 자리에서 고쳐 메었다. 알고 보니 두 번째 순례길을 걷는 친구였다. 능력자 능력자
내 여권을 주워준 친구, 해태
사무소에서 만나 직원의 영어를 통역해준, 태권보이
바욘 앞에서 담배 뺏기던 동생들, 노래하는 윤생과 찬물을 잘 챙기는 고태
이 마을에서 모두 모인 우리들은 신 이나기 시작했다. 나와 해태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은 수줍음이 많아 다른 사람들을 사귀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인지 주로 일행들과 다녔었다. 거기에 나는 늦잠꾸러기라 점심시간 이전까진 주로 혼자 걷고 보통 점심시간 즈음 모두를 만나게 된다. 어느샌가 함께 걷는 시간엔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는 모두 군필의 남자들이기에 군가에 발맞춰 걸어가며 힘을 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그 시절 그렇게도 부르기 싫던 군가는 지금 이 길에선 정말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무거운 배낭을 배고 매일 자연의 길을 걸어간다. 끝없을 것 같은 풍경 속에서 강함을 다짐하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힘이 나기 시작한다. 차마 부끄러워 동영상을 첨부할 수가 없다...
화개장터 4 총사 누나들의 주먹밥
그런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대화는 해보지 않았지만 오며 가며 마주치다 보니 익숙해지고 정들어 버리는 사람, 까미노에서는 그런 사람이 마지막 날 까지도 계속 생긴다. 셋째 날에 소개할 새 친구는 4 총사 누님들이다. 하남 화개장터에서 오신 4명의 어머님들.
이날도 늦게 혼자 출발해 걷는데 보통 간식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괜찮은 바가 나올 때까지 계속 걸었다. 걷다 보면 허기짐으로 인해 힘든 것보다 당이 떨어져 힘들어지는 때가 더 잦다. 조용히 사진 찍으며 걸으면서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부엔 까미노!" 하고 인사를 한다. 이 밝은 에너지가 좋았고 서로를 응원해주는 기분이 서로를 힘 나게 한다. 저 앞에 누가 봐도 한국인 스타일의 등산복 누님이 보여 직감적으로 한국인이다! 하고 밝게 인사했다. 구수한 사투리 억양이 섞인 부엔 까미노를 시작으로 대화가 이어져갔다.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며 지나가고 또 비슷한 누님 한 분 만나고... 이렇게 4번을 반복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첫 번째 누님은 주먹밥을 나눠주셨고, 두 번째 누님은 청포도 알사탕을 주셨다. 한국인의 정이란 걸까! 이렇게 4번을 얻어먹으면서 두런두런 말 상대도 하며 걷고 또 한편으론 내 이야기도 많이 했다.
캐나다에서 물 건너왔지만 그동안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하고. 희한하게도 말이 술술 나왔다. 재밌는 것은 후에 누님들은 서로 모여서 내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하셨다. 이런 청년이 있더라~호호하시면서. 그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두었었다. 그리고 한국에 가서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셨지.
서양 친구들도 그런 정이 있다. 가지고 있던 초코바, 바게트 빵 이런 것들. 그와 반면에 한국인들의 나눔은 전날에 미리 준비한 주먹밥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한 음식들. 감히 내가 이걸 얻어먹어도 될까?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걸 위해 전날에 시간 내어 음식을 준비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4 총사 누님들을 만나며 보리차, 된장 주먹밥 이런 귀한 음식들을 얻어먹었었는데 다른 그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감동들이었다.
길의 맛
산티아고를 걷는 길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오며 가며 나누는 대화들과 그 안에 싹트는 내적 친분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음식들. 특히나 한없이 더웠던 6월 말의 그날은 찬 음료와 당을 채워줄 달달구리한 음식들은 하늘의 보물 같았다. 이 길의 맛은 정다운 맛이었고 나눔의 맛 또 내적 친분 가득한 두둠칫 맛이었다.
군가도 부르고
발맞춰 걸어 갓! 도 하며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하다 보면
팜플로나라는 큰 마을에 도착한다. 불과 한두 시간 전의 풍경과는 달리 모든 게 거대해 보이고 세련된 유럽풍의 풍경에 잠시 기가 죽을 수도 있다. 휴가 나온 군인들처럼 세상에 위축되기도 하며 조금 꾀죄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폭염주의보의 여름날, 팜플로나에 도착하여 적응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너무 지친 우리는 지나가다 흘려들은 에어컨이 있는 알베르게를 서둘러 찾아 나섰다. 문명과 결코 멀어질 수 없었고 패배를 인정했다. 에어컨 없이는 너무 힘들었다...
팜플로나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 이 도시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티 내고 있었다. 깔끔하게 포장된 길이 펼쳐지고 이전보다 높은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너네 길 잃지 않게 여기저기 표시해놨어!' 하는 것들이 보인다. 아유 이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낯섦에 당활 할 수 있겠지만 길이 헷갈려 당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전과 달리 사방으로 뻗어있는 길에 당황할 수 있고, 잠시 멈춰가게끔 하는 주변의 많은 유혹들이 있다. 그러나 이 길을 뚫고 팜플로나에 도착한다면 헤밍웨이의 카페 이루냐를 만나볼 수 있으니 지치지 말고 전진하길 권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로나코 이후 산티아고를 계획하겠지?
혹 여름에 걷는다면 이 깔끔하고 에어컨 틀 수 있는 알베르게를 추천합니다. 서유럽 폭염주의보는 이후 반년 이상 팔과 다리를 태워 흔적을 남겨두었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