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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Nov 03. 2019

2019년 3월 30일, 검사 결과  

당신의 자궁은 안녕하십니까? 

 cin3, 상피내암일 수 있으니 내원 하라며 연락이 왔다. 


“암?” 


 나는 지금 수술할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여행을 하고 돈을 탈탈 털어 돌아왔으니 이제 일을 해야 할 때다. 나는 요가와 수영을 가르친다. 물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는데 수술을 한다면 일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이제 막 시작한 일자리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내가 아프고 암이고 결과를 떠나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에 한숨이 났다. 사람 마음 참 백지장 같기도 하다. 9개월 전에는 내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더 심각하다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슬프지도 않다. 


“5개월만 있다가 수술하면 안 될까요?” 물었다. 


 대부분 cin1에서 cin3까지 진행되는데 보통 8-9년에 걸려 더디게 진행이 되는데 나의 경우는 9개월 만에 빠른 속도로 악화되었다고 한다. 1단계에서 3단계 혹 상피내암으로 까지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런 경우 원추 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자궁 경부를 조금 떼어내는 수술이다. 바이러스가 침투된 세포를 떼어내는 목적도 있지만 떼어서 다시 암 검사를 해보는 목적도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사실 원체 절제술은 수술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크고 위험한 수술은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당일 퇴원이 가능하기도 하며 사무직의 경우는 큰 통증과 출혈 등 수술 후 이상 반응이 없는 한 바로 일도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예외적으로 물에 들어가는 일이라 일이 문제가 되었지만.


 분명 정말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퇴사를 하고 인도에서 요가를 하며 내 마음도 몸도 더 건강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자주 겪었던 질염도 자궁경부암의 신호라는 부정출혈도 없었는데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다행히 퇴사 후 떠난 인도 행을 통해 몸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더 단단해졌나 보다. 9개월 전보다 악화된 결과가 나왔지만 슬프거나 두렵지 않았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우울해하기보다 수술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푸는 것이 우선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금까지는 읽어보지도 않던 보험증서를 꺼내 어떻게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수술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인을 했다. 또 이제야 먹는다고 달라질 것 없지만 질 유산균이며 노니주스며 주문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사람 마음 참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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