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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Dec 26. 2023

쇼핑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핸드백에 손목을 걸고

부드럽지 않은 몸에

옷을 걸쳤다


지나가는 기린과 치타와

돼지를 세는 동안

별빛 같은 눈동자들이

쏟아진다


당신들은 나를 구경하겠지만

나는 당신들을 구경한다

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유리창처럼 은밀하게


도시 한복판 대형 백화점

쇼윈도에 서서

하루 종일

코끼리와 물소와

여우를 센다


오래도록 늙거나

뚱뚱해지거나

가난해지지 않는

나의 발목을

달그림자가 지운다


발목이 지워져서

흘러내리고 있다

사슴 한 마리가

뿔을 뽐내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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