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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핸드백에 손목을 걸고

부드럽지 않은 몸에

옷을 걸쳤다


지나가는 기린과 치타와

돼지를 세는 동안

별빛 같은 눈동자들이

쏟아진다


당신들은 나를 구경하겠지만

나는 당신들을 구경한다

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유리창처럼 은밀하게


도시 한복판 대형 백화점

쇼윈도에 서서

하루 종일

코끼리와 물소와

여우를 센다


오래도록 늙거나

뚱뚱해지거나

가난해지지 않는

나의 발목을

달그림자가 지운다


발목이 지워져서

흘러내리고 있다

사슴 한 마리가

뿔을 뽐내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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